튀르키예(터키) 대선 1차 투표가 14일 치러진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일각에서 불거진 선거 불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6개 야당이 연합해 선출한 야권의 단일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에게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 이날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28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이틀 전인 12일 현지 TV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패하면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어떤 선거 결과도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답했다.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자신이 그간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았다고도 주장했다.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만성적인 경제난 등으로 과거 어떤 선거보다 수세에 몰린 상태로 대선을 치렀다. 이에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하면 결과에 불복하고, 재선거 등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그가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은 2019년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25년 만에 야권 후보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현 시장에 패했다. 그러자 즉각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후 실시된 재선거에서 정의개발당 후보가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첫 선거 때보다 더 큰 격차로 패해 망신을 샀다.
이번 대선 결과는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 정권은 자신의 장기 집권 및 반대파 탄압을 비판하는 서구 주요국과 내내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한 행보로 일관했다. 반면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유럽연합(EU) 및 나토와의 관계 회복을 외치는 친서방 성향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해 가짜뉴스 제작, 해킹 등을 통해 이번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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