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안먼 기념일’ 앞 공포 분위기… 習 패러디한 코미디언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9일 03시 00분


習 3연임 이후 처음 맞는 기념일
작년 ‘백지시위’ 같은 사태 우려
習 군대양성 빗댄 발언에 25억 벌금
간첩 색출에 외국인 압박도 강화

최근 중국에서 간첩 색출, 사상 통제 등이 강화되며 급속도로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패러디한 코미디언이 공안에 체포됐고 소속사가 25억 원이 넘는 벌금 폭탄을 맞았다. 최근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중국 당국이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발생 34주년(6월 4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시 주석 3연임 이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기념일’인 만큼 지난해 ‘백지 시위’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사회 전반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 시진핑 패러디했다고 코미디언 체포
18일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중국 코미디언 리하오스(李昊石·31)가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스탠딩 코미디 공연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패러디했다가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베이징시 당국은 공안 조사와 별개로 리하오스의 소속사에 벌금 1335만3816위안(약 25억5000만 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또 소속사가 위법한 소득 132만 위안(약 2억5000만 원)을 챙겼다며 이를 몰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공연을 무기한 중단하고 공연 주선 기관과 공연장 관계자 전원을 조사해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처벌하기로 했다.

리하오스는 공연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했던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는 모습을 보니 ‘태도가 우량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 말은 시 주석의 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3년 당 대회에서 강력한 군대 양성을 강조하며 “당의 지휘를 따르면서 싸우면 이기고 태도가 우량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발언은 시진핑 어록 등에 실리며 공산당원 교육이나 대학생들의 사상 학습 교재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리하오스의 코미디 발언은 입양한 강아지를 중국 인민해방군에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시는 “인민군은 국가 안보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는 강인한 수호자로 인민군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인민군 장병에 대한 인민 대중의 깊은 애정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인민군을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 3연임 후 첫 ‘톈안먼 기념일’ 앞두고 통제
중국 당국이 코미디언의 패러디 발언을 문제 삼아 강력하게 제재하고 나선 것은 최근 간첩 색출 등에 적극 나서며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2021년 5월 상하이에서 체포된 중국 유명 블로거 롼샤오환(阮曉寰·45)도 국가정권 전복선동죄로 최근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작 이후 처음 맞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대학생들이 벌인 ‘백지 시위’에서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 등의 구호가 등장한 바 있어 중국공산당으로선 이 같은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 접촉이 상대적으로 쉽고 이를 중국 내에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쑤저우 법원은 15일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 량청윈(梁成運·78)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1년 체포된 그에게 갑자기 이날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외국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2020년 8월 체포돼 아직도 재판 중인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간판 앵커 청레이(47)에 대한 판결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호주인인 청레이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내에선 청레이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톈안먼 기념일#백지시위#리하오스#롼샤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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