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가 인종과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 두지 못하게 했다며 미국 플로리다주 교육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펭귄랜덤하우스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펜 아메리카’, 그리고 학부모 등은 17일 플로리다주 에스캠비아 카운티 교육구와 교육위원회가 비(非)백인·성소수자 작가 저서나 관련 주제를 다룬 책의 도서관 배치를 의도적으로 금지했다며 플로리다 북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이 같은 조치가 ‘표현의 자유’ 및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미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에스캠비아 카운티 교육 당국은 한 고등학교 교사의 민원이라며 성소수자 이슈를 다룬 책 등 10권을 학교 도서관에서 전면 또는 부분 퇴출시켰다. 이 가운데는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를 다룬 할레드 호세이니 걸작 소설 ‘연을 쫓는 아이’도 포함됐다.
니하르 말리비야 펭귄랜덤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학생은 광범위한 관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금지(조치)는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최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사진)가 인종, 성정체성 등에서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플로리다는 미 ‘문화 전쟁’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공립학교에서 성소수자 관련 토론 등을 금지하는 ‘게이 언급 금지법’에 서명한 데 이어 올 3월 성적 정체성 관련 수업 결정권을 학부모에게 넘기는 ‘부모 권리 보호법’도 통과시켰다. 내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 확률이 높은 그가 보수 유권자 결집을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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