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일인 19일 G7 정상들이 처음으로 다같이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원폭자료관)을 방문했다.
일본 공영 NHK방송·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내 유코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30분경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G7 정상들과 유럽연합(EU) 대표들을 맞이했다.
각국 정상들은 공원 내 원폭 피해 자료가 전시돼있는 원폭자료관에서 40분간 관내를 시찰을 하고 피폭자와 면담했다.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G7 정상들이 함께 원폭자료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함께 방문한 이래 두 번째다. 영국·프랑스 정상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8개 참관국 정상도 원폭자료관을 방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방문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영국·프랑스·인도 등 핵보유국 정상이 핵무기 피해를 직접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원폭자료관 시찰을 마친 G7 정상들은 평화에 대한 염원과 G7 결속 의지를 담은 식수 행사에 참여했다. 정상들이 직접 삽을 들고 심은 나무는 ‘피폭된 왕벛나무’였다. 이후 원폭 위령비로 이동해 헌화와 참배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후 정상들은 시내 호텔에서 세계 경제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틀 대응,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세를 주제로 한 분과 회의에 참석한다.
밤에는 세계문화유산 이츠쿠시마신사가 있는 미야지마로 이동해 만찬을 하면서 인도·태평양 정세와 핵 군축·비확산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이튿날인 20일 참관국 정상들과 함께 식량·에너지 및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논의한다. 사흘간 일정의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모두 10개 분과 회의가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 논의 성과를 담은 정상선언이 발표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는 러시아와 패권주의적 행동을 강화하는 중국의 동향을 바탕으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 및 강화를 위한 G7의 협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피폭지 최초 정상회의인 점을 고려해 핵보유국을 포함한 G7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G7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핵 위협을 중단하고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에 보유 탄두수 정보 공개 등 투명성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일본 총리 최초로 연설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밝힌 ‘히로시마 액션플랜’에 대한 각국 호응을 얻고자 한다. 히로시마 액션플랜에는 핵 위협 금지, 핵무기 불사용 및 감소, 각국 지도자 피폭지 방문 및 피폭지 실상 공유 등이 담겨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G7 개막식 30분 전까지 캐나다·독일·프랑스 정상과 회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전날 회담을 가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남반구 개발도상국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에 뜻을 같이했다.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만 정세를 둘러싸고 미·중 모두의 추종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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