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9일 개막한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사용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등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 등이 G7 합의에 포함될 것이란 의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공급망 보안뿐 아니라 중국의 비(非)시장 정책과 경제적 강압을 우려한다”며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쓰일 수 있는 좁은 범주의 민감한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동성명은 역사적인 수준으로 G7 전체의 일치된 접근법을 강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경제 보복 등에 대한 공동대응은 물론 첨단 반도체 등 핵심기술 규제에 포괄적인 합의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한국과 유럽 등 동맹국들이 대중 기술 규제에 동참하도록 요청해 왔다.
G7은 정상회의 첫째 날인 19일 우크라이나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G7은 성명에서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대상에 전장에서 사용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에 중요한 모든 품목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 무기나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이란, 중국 등을 겨냥해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G7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기 위해 20일 일본을 전격 방문한다. 그의 아시아 방문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G7 차원의 대중 압박이 가시화하자 중국 외교부는 19일 “미국은 협박성 정책과 경제적 협박을 통해 다른 나라를 협박하는 데 익숙하다. ‘협박외교’의 발명권·특허권·지식재산권은 모두 미국의 소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G7, 北-中-이란 겨냥 “러 지원하는 제3國도 심각한 대가 치를 것”
정상회의 첫날, 러 추가제재 경고 美 “러-中 등 70여 기업 수출차단” 佛-인도 등 제재강화 조치에 이견 美 원하는 中견제 합의는 불투명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등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러시아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품목에 대한 금수 조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용으로 제조됐지만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확대는 러시아를 지원해온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 G7, 중-러 겨냥 전쟁 품목 전면 금수 조치
G7은 정상회의 첫째 날인 19일 우크라이나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대상에 러시아 군사 장비 재건에 사용되는 기술을 포함해 러시아의 침공에 중요한 모든 품목이 포함되도록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며 “제조, 건설, 수송 등 주요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G7 국가 내 러시아의 군사 장비를 지원하는 기술, 산업 장비와 서비스를 굶겨 죽일 것”이라는 격한 표현도 썼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배터리와 카메라 같은 공격용 드론 부품을 제공한 데 이어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소총 등 무기까지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러 제재를 회피하는 행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G7은 성명에서 “제3국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3국 행위자들에 대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북한, 이란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대러 수출 통제를 강화해 러시아와 제3국 기업 70여 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의 수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품목을 제공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금수 조치 대상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G7은 러시아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의 거래와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 ‘글로벌 사우스’ 끌어들여 中 견제하는 美
이번 정상회의에는 미국 등 G7 회원국 외에 한국과 호주는 물론이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 등 8개국이 초청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는 과거 냉전 때도 비(非)동맹주의를 표방했다. 중국이 경제영토 확장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신흥국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이 국가들을 대중-대러 견제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초청국들 간 입장 차가 작지 않다. 인도의 경우 서방의 대러 제재를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베트남도 무기의 60% 이상과 비료의 11%를 공급하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BBC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에 긴밀히 연결돼 있는 중국은 러시아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이견을 낸 적이 있어 G7 내에서도 구체적인 사항까지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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