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듯 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등 공화당간 부채한도 실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번 교착상태를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르면 내달 1일로 예상되는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날 의사당에서 백악관 관계자들과 실무 협의를 잠시 가진 뒤 백악관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양측이 직접 대화를 이어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고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실무협의가 중단된 뒤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이 공화당이 주장하는 수준의 정부 지출 사감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악관이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잠시 멈춰야 한다(we‘ve got to pause)”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엔 왜 그렇게 낙관적인 어조를 갖고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어제는 저도 정말 우리가 (협상 타결의) 길을 볼 수 있는 곳에 있다고 느꼈다”며 “우리는 내년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우리는 작년보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것은 꽤 쉽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의 지명을 받아 백악관 실무팀과 협상 중인 가렛 그레이브스(루이지애나) 하원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단지 (협상이)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시중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상단 일원인 패트릭 맥헨리(노스캐롤라이나) 의원도 백악관측이 “지금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이견”을 언급하면서 대면 회의를 지속하기엔 양측이 너무 멀다고 말했다.
맥헨리 의원은 “(백악관이 제시한) 패키지가 하원의장이 우리에게 설정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한 시점에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는 중요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현재로선 더 이상의 실무 협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실무 협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레이브스 의원은 ’이번 주말 협의가 더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모르겠다”고 말했고, 맥헨리 의원도 “현재로선 오늘 또 다른 회의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양측간 입장차를 인정하면서 당장 실무 협의가 재개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예산 문제에 대해 양측이 실질적인 차이가 있고,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며 “백악관 팀은 하원과 상원을 통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초당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회담 중단 이유와 관련해 백악관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일부 지출을 삭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측은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지출 삭감의 범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지난 16일 부채한도 문제 논의를 위한 2차 회담을 가진 뒤 협상 권한을 가진 백악관과 공화당 실무자간 협상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후 백악관과 공화당간 실무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전 협상 타결을 자신했고, 매카시 하원의장도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전날(1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아침 협상팀으로부터 초당적 예산 틀에 도달하고, 의회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적시에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협상 경과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청해 받았다”면서 “협상팀은 대통령에게 꾸준한 진전(steady progress)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순조로운 분위기는 이날 중단 선언으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더힐은 이번 협상 중단에 대해 “양측이 각자의 (지지)기반으로부터 우선순위를 단호히 유지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카시 의장과 공화당은 최근 하원에서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던 것처럼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 특정 부문의 지출 삭감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부채한도의 조건없는 상향에 가깝게 초당적 협상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부채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대국민 의료서비스를 약화하는 공화당의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말 것을 백악관 협상팀이 지시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무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해외 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오는 21일 귀국해 부채한도 협상을 최종 타결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채한도 상향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실무 협의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장중 고점 대비 300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CNN은 “협상이 중단됐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면서 과거 다른 협상에서도 이같은 교착 상태가 종종 발생해 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양측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못할 것이며,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한, 합리적인 초당적 예산 합의로 가는 길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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