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은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대북(對北) 억지력 강화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라 3국의 강력한 공동 대응이 이어질 것임을 경고했다. 특히 북한 위협 대응, 경제안보, 인도태평양 전략 등 3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미국 워싱턴으로 초청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회담이 보통 다자회담 계기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3국 정상이 모이는 별도의 ‘워싱턴 한미일 회담’ 제안은 이례적이다. 한미일 3국 협력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임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미일 “새로운 수준으로 3국 공조 발전”
3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대북 억지력 강화와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서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한미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연쇄 도발을 재개할 경우 이르면 다음달에도(실시간 공유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한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싱턴 한미일 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한 새로운 3국 간 체계 등 안보협력을 심화하면서 한미일 3자 간 핵우산 협의체 확대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3국 간 새로운 공조는 대북 대응을 넘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을 견제하기 위한 역내·글로벌 차원으로 범위를 더욱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루마니아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공급하기 위해 공공·민간 부문에서 최대 2억75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3국 정상은 야외에 설치된 연단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선 채로 악수를 나누며 ‘스탠딩 회담’을 가졌다. 교도통신은 “사진 촬영을 포함해 약 2분간의 의견 교환에 그쳤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과 달리 별도의 공동성명 채택은 없었지만 각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3국 협력에 대해 ‘새로운 수준(단계)’이란 표현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발표한 문안과 내용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며 “포괄적 협력 체제를 더 구축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 2시간 만찬서 尹-바이든 ‘옆자리 대화’
윤 대통령은 국제법치·국제안보를 주제로 열린 G7 확대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라며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또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사회가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7 정상들도 20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은 반드시 신속하고 단일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20일 2시간가량 진행된 G7 정상회의 친교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은 “(자리 배치는) 일본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확대회의 개최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장을 들어온 윤 대통령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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