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온건파 외교관으로 꼽히는 셰펑(謝鋒·59·사진) 외교부 부부장이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됐으며 그가 23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부임할 것이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2일 보도했다. 친강(秦剛) 전 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후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주미 중국대사의 공백이 해소되는 것이다.
1979년 중국과 미국이 수교한 후 주미 중국대사가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것은 처음이다. 날로 격화하는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고의적으로 대사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며 미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토 침입, 중국 견제를 본격화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으로 양국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에서 셰 신임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과거 두 차례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특히 늑대처럼 거친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노선을 뜻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주자로 미국에 가시 돋친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친 부장과 비교하면 상대적 온건파로 꼽힌다. 그의 부임이 미중 갈등 완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 기대하는 이유다.
셰 대사는 주미 대사 자리를 두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과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 대변인 또한 미국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폴리티코는 중국이 화 대변인 대신 셰 대사를 발탁한 것은 양국 갈등을 추가로 격화시키지 않기 위해 덜 공격적인 인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고위 인사 또한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미중 관계를 두고 “조만간 해빙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 부장 또한 최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만나 “현재 최우선 순위는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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