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중보건 당국 수장이 “소셜미디어(SNS)가 아동과 청소년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표가 많다”고 공개 경고했다.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19쪽 분량 권고문에서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 기업과 부모 등에게 즉시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권고문은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미국 13~17세의 95%, 8∼12세의 40%가 SNS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머시 단장은 “많은 SNS 플랫폼이 13세 이상으로 사용 연령 제한을 하지만 실제로 제한하고 있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서전 제너럴)은 국가 보건정책 전반을 총괄해 ‘미국 주치의’로도 불린다. 대중에게 배포되는 ‘서전 제너럴 권고’는 국민 관심과 즉각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긴급한 보건 현안이 있을 때 발표하는 공식 권고문이다.
머시 단장은 SNS가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 청소년이 동질감을 느낄 친구를 찾고 자기표현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이점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SNS가 두뇌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성인도 SNS 폐해로 고통 받을 수 있지만 어린이는 사회적 관계를 학습하고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머시 단장은 SNS가 남들과의 지나친 비교, 괴롭힘과 혐오 등을 불러일으킨다며 “SNS가 젊은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서 우울증 불안 자살 외로움 지표가 동시에 올라가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24세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57% 급증했다.
그는 이런 모든 문제를 모두 아이와 부모 책임으로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기술 기업과 정부가 어린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시 단장은 전날 미 NPR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린이용 자동차 카시트나 장난감, 의약품 같이 아이들이 사용하는 다른 제품처럼 SNS에 대해서도 안전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건 당국이 1960년대 흡연, 1980년대 에이즈(AIDS), 2000년대 비만 등에 대해 국가 차원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머시 단장이 최근 총기 폭력과 외로움에 이어 SNS 부작용을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고문은 가족에게도 식사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 서로 대화하며 유대감을 키울 수 있도록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머시 단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현재 각각 5세, 6세인 자신의 두 자녀도 중학교 입학 전까진 SNS를 사용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많은 다른 부모들이 함께한다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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