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갈등 후폭풍]
칩 설계 브로드컴과 수조원 계약
FT “中 의존 높은 애플, 조사받아”
애플이 23일 미국의 통신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수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으며 “(아이폰 등에) 미국산 부품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애플은 자체 통신 칩 개발 전략에 따라 다음 달 공급 계약이 만료되는 브로드컴과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자체 칩 개발이 난항을 겪어온 데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전략에 동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브로드컴과의 공급 계약 연장에 대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최첨단 5세대(5G) 통신용 칩을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를 비롯한 미국 내 설계 및 생산 시설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애플의 모든 제품은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2021년 미 협력사 등에 5년간 4300억 달러(약 567조4000억 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브로드컴과의 이번 계약도 그 일환이다.
브로드컴은 반도체 설계 기업이어서 칩 생산은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 맡는다. 애플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이번 계약의 주된 메시지로 내세운 만큼 2024년부터 가동되는 TSMC 애리조나 공장 등을 통해 미국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운영해 온 애플이 지난해 TSMC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미국으로의 이동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미 정치권의 압박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관계 악화 속에 애플이 중국 제조업체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미 정부의) 조사를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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