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주자 인물탐구〈4〉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당)
편모 슬하서 커 화려한 정치 이력
“사회 탓하며 살지 않았기에 성공”
反낙태-反이민 지지 전형적 보수
“미국이 ‘기회의 땅’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나다.”
미국 흑인 정치인의 대표주자이자 야당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58·사진)이 22일 모교 찰스턴서던대에서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자신이 백악관 주인을 꿈꾸는 현 상황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얘기다.
간호 보조원이었던 그의 모친은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힘겹게 아들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지에 반대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이 골자인 ‘오바마케어’를 반대하고 파업에 참여한 저소득층에겐 ‘푸드 스탬프’ 같은 식료품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저소득층의 학자금 대출 탕감도 반대한다. 장기적으로 정부 의존도를 높여 이들의 자립을 막을 뿐이라는 게 비판의 취지다. 자신 또한 흑인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며 “‘피해 의식’과 ‘승리’ 중 하나를 택하라”고 외친다.
그는 작은 정부, 감세, 반(反)낙태, 반이민 등을 지지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다. 동시에 “공화당원들 역시 불평거리와 위대함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수성가한 자신을 내세워 흑인을 비롯한 마이너티리 유권자를 파고들면서도 공화당 주요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겨냥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 “내가 인종차별 완화의 증거”
스콧 의원은 196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태어났다. 찰스턴서던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보험업계에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근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주 등과 함께 ‘딥사우스(deep south)’로 불린다. 이들 주는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에 기반한 대농장으로 경제를 영위했다. 아직도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 또한 인종차별을 적잖이 겪었지만 무조건 사회 제도만 탓하며 살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성공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보수 텃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시의원, 주의회 의원, 하원의원, 상원의원 등에 잇달아 선출된 것을 들어 “남부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상원에 있는 한 미국은 진보하고 있다”라고 외친다.
2021년 4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후 첫 국정연설 직후 이를 반박하는 연사로 나서 주목받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분열된 미국을 다시 통합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은 인종차별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특정 정파가 인종차별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콧 의원은 2015년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서 20대 백인 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졌을 당시 “정신 나간 남성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2020년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졌을 때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찰 전면 개혁은 과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 ‘오레오 쿠키’ 논란
스콧 의원은 19일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출마 등록을 한 후 3일 만에 2200만 달러(약 286억 원)의 선거 자금을 확보했다. 미 정보기술(IT) 업체 오러클의 창업자이며 공화당의 돈줄로 유명한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이 그에게 1500만 달러를 내놨다. 공화당의 ‘상원 2인자’ 존 슌 상원 원내총무(사우스다코타) 또한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수 백인 정치인에 가까운 노선 때문에 흑인 유권자와 진보층의 거부감은 상당한 편이다. 이달 초 집권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그를 ‘오레오 쿠키’라고 조롱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은 크래커 사이에 하얀 크림이 있는 오레오 과자처럼 그가 ‘겉은 흑인이나 속은 백인’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3억3000만 미국인의 12%를 차지하는 흑인 표가 그에게 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스콧 의원이 자신의 전략을 고수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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