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메모리 반도체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시장이 커질수록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다만 메모리 업체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AI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전체 시장 반등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감산 전략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동반해야 메모리 가격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해 1분기(2∼4월) 매출은 71억9000만 달러(약 9조5300억원)로, 시장 전망치(65억2000만 달러)를 약 10% 웃돌았다.
AI 시장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에서 “컴퓨터 산업은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라는 두 가지 동시 전환을 겪고 있다”며 “특히 생성형 AI용 칩의 수요 급증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기업으로 출발한 엔비디아는 한발 앞서 AI용 반도체 투자에 나섰다. 현재는 AI 개발에 이용되는 반도체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시장의 성장은 메모리 업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침체돼 있던 시장에서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카드에 사용되는 HBM3 가격은 80GB 기준 1000~1200 달러, DDR5 128GB 가격은 1200 달러 수준(Wiredzone 기준)이다. 기존 DDR4 64GB 가격 대비 HBM3는 8.5~10배, DDR5 128GB는 5배 높다.
게다가 엔비디아, AMD, 구글이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인 텐서 프로세스 유닛(TPU)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고용량 DDR5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AI칩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0~5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성장만으로 시장 흐름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감산과 더불어 전체 시장이 성장해야 하는데, 투자가 AI에 집중되면서 다른 수요가 정체될 수 있어서다.
실제 고용량 DDR5의 수요 증가가 긍정적이지만, D램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DR4 수요는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정된 자본적지출(CapEx) 내에서의 AI 서버 증가는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에 대한 투자 축소를 야기한다”며 “올해 서버 시장의 총 수요는 1380만대로, 기존 전망치 대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국내 반도체 경기는 AI 수요가 아니라, 중국의 스마트폰 소비와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이 국산 반도체 수요의 44.0%를, 서버가 20.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 성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전체 흐름을 바꾸려면 다른 서버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등의 성장이 동반해야 한다”며 “시장 수요가 더 살아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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