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건물안 지하로” 짧고 명확한 J-얼러트…대피소 안내는 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1일 17시 16분


31일 오전 6시 30분경 일본 정부가 주요 방송을 통해 발령한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 경보가 컴퓨터 모니터에 흐르고 있다. 경보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피해 달라’는 내용과 오키나와현이 대상 지역이라고 표시돼 있다. AP 교도
31일 오전 6시 30분경 일본 정부가 주요 방송을 통해 발령한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 경보가 컴퓨터 모니터에 흐르고 있다. 경보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피해 달라’는 내용과 오키나와현이 대상 지역이라고 표시돼 있다. AP 교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쏜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 경 일본 NHK 등은 전국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 속보를 내보냈다. 낙하 예상 지역으로 추정된 오키나와현 주민에게는 일본 소방청이 스마트폰으로 긴급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미사일 낙하 가능성이 사라지자 오전 7시 4분 쯤 J-얼러트는 해제됐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 영공을 지나가거나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J-얼러트을 발령한다. 이날 일본 당국이 국민들에게 발송한 경보 메시지에는 간명하면서도 핵심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미사일 발사’라는 문구를 2차례 반복한 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달라’고 명기했다.

이날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문자에는 ‘서울지역 경계경보 발령. 대피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하라’고만 돼있을 뿐 경보 이유와 대피 장소 등에 관한 정보가 없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다만 J-얼러트는 일본 전국에 동시에 전달되는 경보 시스템이어서 어떤 대피소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안내까지는 하지 않는다. 한국은 포털사이트에서 ‘대피소’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정부 국민재난안전포털로 연결돼 도로명 및 행정동 주소에 근거해 인근 대피소를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이런 정보를 신속히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 대피소를 숙지하거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유사시 대피가능 시설은 9만4125 곳이지만, 이 중 방어 효과가 큰 지하시설은 1591곳 정도다.

대신 일본에는 지진 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2018년 9월 홋카이도에서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NHK 라디오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마을은 ○○초등학교”라는 대피소 안내방송을 수 시간 반복했다. 라디오만 듣고 있으면 지진 등 재해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정전으로 TV나 인터넷 연결이 안 될 수 있어 라디오가 주된 정보 전달 수단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비상식량, 식수, 안전모 등과 함께 휴대용 라디오가 재난키트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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