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쏜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 경 일본 NHK 등은 전국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 속보를 내보냈다. 낙하 예상 지역으로 추정된 오키나와현 주민에게는 일본 소방청이 스마트폰으로 긴급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미사일 낙하 가능성이 사라지자 오전 7시 4분 쯤 J-얼러트는 해제됐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 영공을 지나가거나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J-얼러트을 발령한다. 이날 일본 당국이 국민들에게 발송한 경보 메시지에는 간명하면서도 핵심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미사일 발사’라는 문구를 2차례 반복한 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달라’고 명기했다.
이날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문자에는 ‘서울지역 경계경보 발령. 대피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하라’고만 돼있을 뿐 경보 이유와 대피 장소 등에 관한 정보가 없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다만 J-얼러트는 일본 전국에 동시에 전달되는 경보 시스템이어서 어떤 대피소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안내까지는 하지 않는다. 한국은 포털사이트에서 ‘대피소’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정부 국민재난안전포털로 연결돼 도로명 및 행정동 주소에 근거해 인근 대피소를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이런 정보를 신속히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 대피소를 숙지하거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유사시 대피가능 시설은 9만4125 곳이지만, 이 중 방어 효과가 큰 지하시설은 1591곳 정도다.
대신 일본에는 지진 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2018년 9월 홋카이도에서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NHK 라디오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마을은 ○○초등학교”라는 대피소 안내방송을 수 시간 반복했다. 라디오만 듣고 있으면 지진 등 재해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정전으로 TV나 인터넷 연결이 안 될 수 있어 라디오가 주된 정보 전달 수단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비상식량, 식수, 안전모 등과 함께 휴대용 라디오가 재난키트 필수품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