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만9000명 ‘강제 이주’
“러 요원, 우리를 짐승처럼 다뤄
14시간동안 물도 음식도 못얻어
아이 보는 순간 다 견딜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여성인 알라 야체뉴크 씨는 올해 봄 아들(13)을 찾기 위해 제3국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야체뉴크 씨는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KGB의 후신) 요원들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가족 중에 군인이 있는지,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무기를 봤는지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요원들은 그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검사했다. 공항에 갇혀 있던 14시간 동안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야체뉴크 씨는 “그들(러시아 요원)은 우리를 분리시키고 짐승처럼 다뤘다”고 영국 BBC에 전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사는 야체뉴크 씨는 지난해 10월 아들 다닐로 군과 생이별을 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전쟁에 지친 아들을 크림반도에서 진행되는 여름 캠프에 보낸 게 화근이었다. 당시 크림반도 바로 위에 있는 헤르손을 점령했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퇴각하자 캠프 측에서 “러시아가 헤르손을 다시 탈환해야만 아이를 돌려줄 수 있다”며 아들을 사실상 억류한 것이다.
야체뉴크 씨는 크림반도 검찰에도 아이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문의했지만 “스스로 와서 데리고 가라”는 말뿐이었다. “당신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갈 확률은 단 5%”라는 말도 들었다. 결국 야체뉴크 씨는 캠프에 보냈다가 아이를 잃은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들이 있는 크림반도로 향했다. 아들이 캠프에 간 지 약 6개월 만이었다.
그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나와 24시간 동안 작은 버스에 몸을 구겨 탄 채 크림반도로 향했다. 손녀를 찾기 위해 함께 버스를 탔던 64세 여성은 도중에 잠시 내렸다가 도로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야체뉴크 씨가 마침내 아들을 만난 것은 헤르손 집에서 출발한 지 1주일 만이었다. 그는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겪어야 했던 모든 것들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BBC에 전했다. 그날 다른 아이 31명도 함께 구출됐다. 아이들은 캠프 측으로부터 “너희 부모들이 빨리 데리러 오지 않으면 모두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 모르게 러시아로 보내지는 일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북동부 쿠퍈스크 지역의 특수학교에서는 퇴각하던 러시아 군인들이 학생 13명을 강제로 데려갔다. 부모들은 6주간 소셜미디어 등을 찾아 헤매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스바토베의 한 학교 홈페이지에서 아이들 사진을 발견해 겨우 데려왔다. 그중 5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만9000명의 아이들이 강제 이주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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