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한 것은 지구 저궤도, 특히 남극과 북극을 잇는 극궤도에 진입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한 것은 지구 저궤도, 특히 극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 저궤도(LEO)란 지구 지상에서부터 고도 2000km까지의 인공위성 궤도를 일컫는다. 극궤도는 남극과 북극 상공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인공위성의 궤도를 뜻하며,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지구 표면 전체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어 군사정찰위성 등에 활용된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위성을 지상 약 3만6000km의 정지궤도(EGO)에 진입시키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지궤도는 지구 자전 방향처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지구 표면의 한 장소에서 정지된 채 관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지궤도에 위성을 진입시키려면 동쪽 방향으로 발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지궤도는 고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위성이 지구 표면을 촬영하기 어려워 정찰위성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독일 ST애널리틱스 소속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도 북한의 위성발사가 지구 저궤도, 특히 극궤도에 올려놓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찰위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저궤도에 위치해야 한다며 한국은 위성 28개가 저궤도에 있고, 북한은 2개의 위성(KMS 3-2, KMS 4)이 저궤도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위성이 3단 로켓 같다며 아직 사진이 공개되지 않아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사전에 통보한 위험구역이 3개인 점을 고려할 때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의 원인에 대해 현재로선 북한이 발표한 내용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며 다만 2단계에서 점화가 되지 않았거나 1단 분리 후 점화하면서 폭파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러 박사는 북한의 발표를 봤을 때 이번 위성 발사 로켓에 새 엔진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과학·기술·국가안보정책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 로켓에 그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한 ‘RD-250’ 엔진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RD-250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로켓 엔진이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이 기술을 1990년대 소련 붕괴 당시 가져와 ICBM과 위성 발사 로켓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위성 로켓 1단 발사 시 이 엔진을 사용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2단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엔진의 변형된 형태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2012년 발사한 위성 ‘은하-3’을 연구한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백두엔진’이라고 일컫는 RD-250을 사용하면서 800~1000kg에 달하는 물체를 로켓에 탑재해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성 발사가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의 기술 역량이 뛰어나 곧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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