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표결서도 가결 가능성 높아
사실상 예산 삭감… 경기침체 우려
공화 강경파 반발에 후폭풍 클듯
바이든-매카시 모두 ‘정치적 내상’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예정일을 6일 앞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과 야당 공화당이 합의한 부채한도 상향 합의 법안이 진통 끝에 미 하원을 통과했다.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는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미 정치권이 힘겨루기 끝에 봉합에 가까운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라 조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안에 따라 미 연방정부가 2024년까지 재정 지출을 줄이게 되면서 미 경기침체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美 하원 ‘찬성 314 대 반대 117’
미 하원은 이날 워싱턴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합의한 ‘2023 재정책임법’을 표결에 부쳤다. 찬성 314표, 반대 117표, 기권 4표로 과반 의석인 218석을 넘겨 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통해 “하원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막고 어렵게 이룩한 역사적 경제 회복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은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각각 71표, 46표가 나올 정도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다수당인 공화당에선 149명이 찬성하고, 71명이 반대했다. 150명 이상이 찬성할 것이라고 자신하던 매카시 의장이 체면치레만 한 것이다.
공화당의 요구에 따라 빈곤 가정을 위한 ‘푸드 스탬프’(식료품 지원) 수혜자에게 엄격한 근로 의무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매카시 거짓말’ 논란도 빚어졌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푸드 스탬프 수급 연령 상한이 49세에서 54세로 올라가면서 프로그램 등록자가 월평균 7만8000명 증가해 10년간 지출이 21억 달러(약 2조7741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재정 지출 삭감을 주장해온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하원 본회의장에서 매카시 의장을 향해 “배신을 했다”며 의장직 사퇴를 주장했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댄 비숍 의원은 트위터에 “바이든과 매카시의 거래는 복지를 확대한다. 대단한 협상이다”라고 비꼬았다. 매카시 의장은 법안 통과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정부의 ‘통제 불능’ 지출 방식을 바꾸는 계기”라고 수습했다.
● 재정 지출 축소…美 경기침체 우려도
법안은 이르면 2일 상원 표결을 거친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이 5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으로 다수당이어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원에서 협상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것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전체 상원의원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도 최소 10표 이상의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번 합의안으로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2년간 비(非)국방 분야 연방정부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은 작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혜택이 줄어든 대학 졸업생이나 그간 이용하던 공공서비스에 제약을 받는 저소득층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하반기 미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이 준다면 경제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계·컨설팅업체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 정책이 제한된 가운데 재정 정책까지 제한되는 것”이라며 “통화·재정 정책이 모두 경기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경기 침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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