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덴마크 총리의 연설문마저 챗GPT가 작성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를 낳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덴마크 의회 폐회 연설에서 AI 기술의 가능성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아우르는 연설을 하던 도중 원고 일부를 챗GPT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방금 읽은 내용은 내가 쓴 것도, 다른 사람이 쓴 것도 아니다. 챗GPT가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챗GPT가 “정부의 세부 업무 사항에 대해 항상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할 수 있는 일은 매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프레데릭센 총리가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대목도 챗GPT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챗GPT는 ‘지난 의회에서 연립정부를 이끌게 된 것은 도전이자 영광이었다’, ‘정당을 초월해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도전과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의회에서 우리가 함께 이룬 성과가 자랑스럽다’는 문구 등을 대필해 줬다.
총리 연설에 대해 덴마크 국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프레데릭센 총리가 AI와 관련한 흥미로운 의회 연설을 했다”며 “이를 계기로 총리실 차원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내 AI 기술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사용자는 “덴마크 정부가 AI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다행이다”라면서도 “챗봇에 연설문을 쓰게 한 건 이미 어제의 일일만큼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설문 작성에 챗GPT가 활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낸시 매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AI 기술의 잠재적 해악을 5분간 열거한 뒤 “연설에 사용된 모든 단어는 챗GPT로 생성했다”고 밝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연설문 작성을 넘어 아예 법안 발의까지 챗GPT가 도맡아 한 사례도 있다. 배리 파인골드 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지난 1월 챗GPT를 사용해 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을 작성해 주 상원의회에 제출했다. AI 기업이 알고리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험성 점검 조치를 시행할 것을 규정한 파인골드 의원안은 AI가 세계 최초로 만든 법안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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