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핀란드는 나토 가입 성공…퇴짜 맞은 스웨덴은?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3일 08시 33분


핀란드, 지난 4월 나토 가입…스웨덴은 불발
스웨덴, 튀르키예와 쿠르드족 문제로 갈등
F-16 전투기, 제재 완화 등 물물거래 가능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다음달 11~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다. 핀란드가 지난 4월 나토 회원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번 회의에선 북유럽 이웃국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의 반대로 결국 나토에 입성하지 못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또 불발된다면 그 여파가 서방 진영 전역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서방세계 연결고리의 빈틈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허점을 포착하면 우크라이나전 등에서 오히려 더 공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웨덴, 튀르키예와 PKK로 엉킨 실타래 풀어야
스웨덴은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 뒤에 열린 나토 정상회의 때였다. 핀란드가 지난 4월 헝가리 튀르키예의 회원국 전체 동의로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으면서 나토 가입국은 31개국으로 늘었다. 발족 당시 12개국이었던 것에 비하면 집단방위기구로서 세를 크게 불린 셈이다.

나토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스웨덴은 고배를 마셨다. 나토의 긴밀한 협력자로 인식됐던 스웨덴에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스웨덴은 그동안 나토에 상임 대표단을 두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핀란드와 달리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좌초된 데에는 튀르키예와의 특수한 관계가 작용했다. 나토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추가 가입을 승인하는데 튀르키예의 반대에 스웨덴의 가입은 무산됐다.

쟁점은 튀르키예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스웨덴의 지원이다. PKK 지원 문제로 두 국가는 악연을 맺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활동한 PKK는 쿠르드족 게릴라 단체로 튀르키예에서 분리주의 운동을 해왔다. PKK 계열 민병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자, 스웨덴이 지원했다. 이를 두고 튀르키예는 2021년 4월 튀르키예 주재 스웨덴 대사를 초치했다.

올해 1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자리한 주스웨덴 튀르키예 대사관 밖에서 반 이슬람 시위가 열린 것도 문제다. 덴마크 극우 정당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불태우며 반튀르키예 시위를 벌였다. 에르도안 대통령 인형을 만들어 교수형까지 집행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스웨덴이 이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다며 나토 가입 지지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분노한 튀르키예 측은 주튀르키예 스웨덴대사관 앞에서 스웨덴 국기를 불태워 맞대응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러성향을 보여왔다는 점도 서방 진영에서 활동해 온 스웨덴에는 악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공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영향권이 수도 모스크바와 가까워지는 ‘나토의 동진’을 극도로 꺼린다.

●F-16 전투기, 美·EU 제재로 거래 가능성…헝가리 막판 변수
나토 회원국 관계자들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만 불확실성이 도사리는 가운데, 큰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튀르키예의 시선을 의식한 스웨덴은 올해 초 테러법을 변경해 PKK 일원이 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나토 가입 열쇠를 쥔 튀르키예는 수위가 더 높은 조치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스웨덴도 PKK 문제를 두고 물러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웨덴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권위주의적 탄압’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튀르키예 측은 PKK 활동 가담자뿐 아니라, 지지자에게도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법 개정을 ‘성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이를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가 원하는 물품은 미국의 전투기 F-16과 제재 완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렛대로 미국에서 F-16 전투기를 구매하기를 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F-16 전투기 구매 의사를 밝힌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에 처한 튀르키예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내린 자국 제재를 풀려고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헝가리가 의외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는 미묘하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견제해 왔다. 튀르키예가 물물교환에 성공한다면, 헝가리는 막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을 고려한 튀르키예가 헝가리의 확실한 동의가 나오기 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도 민족주의와 강한 튀르키예를 강조했기 때문에 헝가리의 정치적 지위 상승이 튀르키예에 달갑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튀르키예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계에 그 모습이 투사되기를 원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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