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은 다큐영화 ‘마리우폴의 20일’ 키이우서 첫 상영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4일 10시 27분


러 침공초기 참상 담은 AP취재진 제작 기록영화
극장안 초만원 관객, 눈물과 감격으로 지켜봐
2023 퓰리처상 공공보도 대상 수상

미국의 권위있는 언론상인 퓰리쳐상의 2023년도 공공보도 부문 대상을 수상한 AP통신 제작진의 ‘마리우폴의 20일’이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한 영화관에서 개봉되어 초만원 관객들의 눈물과 감동을 자아냈다.

이 영화는 지난 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 초기에 러시아군이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집중 공격하던 당시의 현장을 담은 작품으로 러시아군의 폭격과 군대의 진격 속에서 우크라이나군 구급대원들과 구조 요원들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키이우의 한 영화관에서 첫 상영된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영화 촬영의 핵심부분인 마리우폴 병원에서의 거의 쉼 없는 구급대의 활동과 우크라이나 공무원들의 끝없는 임무와 봉사에 대한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이 영화의 장면들은 당시 마리우폴 시내에서 간발의 차이로 죽음을 모면한 사람들에게 새삼 그 당시를 환기시켰고, 러시아 침공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겪은 참사와 유아와 임산부를 포함해 수 많은 희생자들이 당했던 피치 못할 운명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구급차 구호요원으로 지금은 우크라이나 군 의무병인 세르히이 코르노브리베츠(25)는 “ 영화를 보고 우리가 아직도 수 많은 사상자들을 남겨 둔채 마리우폴에서 철수하던 순간이 생각나서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내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있으니까 그 때의 모든 느낌과 감정이 되돌아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많은 관객들은 마리우폴 포위전 시기의 실상을 담은 이 영화가 결국은 세상에 나가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며 영화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5월8일 공공보도 부문에 AP 영상기자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사진기자 예우게니 말롤렛카, 영상 프로듀서 바실리사 스테파넨코, 취재기자 로리 힌넌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말롤렛카를 비롯한 AP 사진기자 6명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한 사진 15편으로 ‘속보 사진상’을 받았다. 공공보도상은 퓰리처상 14개 언론 부문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함께 수여하는 대상 격이다.

AP 취재팀은 러시아군 점령 직전의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3주 가까이 머물며 외신으로는 유일하게 참상을 취재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최남단으로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AP는 이날 “(취재팀은) 마리우폴의 전략적 중요성을 직감하고 러시아 포위 전 마리우폴에 진입했다”며 “이것이 운명적인 결정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취재팀은 자신들을 뒤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취재했다고 밝혔다.

체르노우 기자가 취재한 동영상 필름은 약 30시간 분으로 프로듀서를 맡은 바실리카 스테파넨코와 함께 영화 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P취재진은 85일간의 러시아군 포위시기에 마리우폴에서 외신 기자들 중 가장 최후까지 오래 남아서 전쟁과 살륙에 대한 세계의 눈과 귀가 되어 주었다는 이유로 퓰리처상 공공보도상을 수상했다.

참상의 현장을 전세계 관객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던 볼로디미르 니쿨린 마리우폴 경찰관은 “이 영상자료가 공개된 뒤 전 세계가 우리를 돕기 시작했고 우리가 진정한 투사들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94분짜리 이 영화는 퓰리처상 외에도 시네마 포 피스(Cinema for Peace) 영화제, 클리블랜드 국제영화제, 올해 1월의 선댄스영화제 등 수 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미국의 극장가에서는 다음 달 부터 전국적으로 상영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 제작의 감독을 맡았던 체르노우 기자는 이 영화의 상영이 국제 사법 정의와 심판의 새로운 길을 닦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 그것이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 이 영화가 말하는 20일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일어난 비극과 참상의 아주 조그만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키이우( 우크라이나)=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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