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선 승리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취임 선서를 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멧 심세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메흐멧 신임 재무장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09년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2018년 부총리에 임명되며 시장친화적 경제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8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높이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제난을 부채질했다. 또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최근 4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3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경제 정책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와 민심 동요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 가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부통령에도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 받는 세브데트 일마즈가 임명됐다. AP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 찍힌 경제 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명백한 유턴 신호”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선거 기간 분노를 뒤로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만회하자”며 재건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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