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규제 면제 받으며
시장 점유율 늘리면 동맹 악화”
美상무장관에 공개 서한 보내
지난달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판매 제한 조치 이후 미 정계, 특히 야당 공화당에서 한국 기업에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판매 공백을 채우지 말라는 것이다.
2일(현지 시간) 미 의회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국, 일본과 신속하게 협력해 마이크론이 부당한 보이콧 조치로 잃은 판매분을 한일 기업이 가져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발언을 거론하며 “장 차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반도체법상 특별 예외를 인정받아 대중국 수출 규제(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면제를 받는다면 중국에 위험한 신호를 주는 것이며 한국과는 동맹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장 차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 판매 공백을 메우지 말아 달라는 미 정부 요청과 관련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외신은 한국 정부가 마이크론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도 좋다는 신호를 한국 기업에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매콜 및 갤러거 위원장이 미 정부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연장과 생산시설 확대 등을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같은 압박은 미국 반도체협회 중심 기업 마이크론이 한국 기업 견제를 위해 의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중국 때리기’로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대중 강경파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지난달 30일 러몬도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를 비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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