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점령 우크라 남부 댐 폭파돼… 80여곳 주민 대피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3시 00분


우크라,1만6000명에 “생존 행동을”… 인근 원전 냉각수 공급 차질 우려
“러, 우크라 대반격 늦추기 소행” 관측
러 방송에 ‘푸틴 계엄령’ 조작영상
크렘린궁 “해킹공격… 허위방송”

폭파된 우크라 남부 댐  ‘푸틴 긴급연설’ 조작된 영상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카호우카의 수력발전댐이 파괴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5일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긴급 대국민 연설이 방영됐으나 ‘딥페이크’를 활용해 조작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캡처
폭파된 우크라 남부 댐 ‘푸틴 긴급연설’ 조작된 영상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카호우카의 수력발전댐이 파괴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5일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긴급 대국민 연설이 방영됐으나 ‘딥페이크’를 활용해 조작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캡처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 수력발전댐이 붕괴돼 주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늦추기 위한 러시아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조작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긴급 연설이 방송됐다. 다양한 유형의 싸움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전쟁’의 새로운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흘째 교전…댐 붕괴 ‘주민 대피령’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가까운 남부 전략 요충지 헤르손에서는 노바카호우카댐 일부가 6일 오전 폭파돼 헤르손을 포함한 약 80개 마을이 범람 위기에 처했다. 댐을 관장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우크르히드로에네르고’는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댐의 엔진룸이 폭발하며 붕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이 댐은 높이 30m, 길이 3.2km로,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솔트호 수준인 물 약 18km³를 담고 있다. 위성사진 등에 따르면 댐의 100m 안팎 구간이 무너져 물이 계속 쏟아져 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위험 지역’에 거주 중인 약 1만6000명의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하라”고 당부했다.

노바카호우카댐은 인근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를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다.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원자로에 남은 방사능 원료들이 녹아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 핵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댐 붕괴 소식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해 말 무렵부터 양국은 상대방이 이 지역 댐을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생태학살(ecocide)”이라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의도적 댐 폭파는 제네바 협약에 전쟁범죄로 분류돼 있다.

교전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교전에서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밤 화상 연설에서 “군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우리가 기다리던 소식을 가져왔다. 우리 군대에 성공적인 날”이라며 일부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6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주에서 대규모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저지했고, 우크라이나 병력의 손실이 15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반격이 성공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지와 중지를 교차해 ‘행운을 빈다’는 뜻을 표시했다.

● 푸틴 ‘가짜 연설’ 방송…러 “해킹 공격”
5일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날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친 남동부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벨고로트, 보로네즈, 로스토프 등에서 푸틴 대통령의 조작된 긴급 연설이 TV와 라디오로 방송됐다. 이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주축인 미국의 도움을 받아 벨고로트, 브랸스크, 쿠르스크를 공격했다”며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한 이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영토로 더 깊숙이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딥페이크로 만든 연설 영상이 함께 송출됐다.

이 연설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혼란이 계속되자 러시아 크렘린궁이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방송국에 대한) 해킹 공격에 따른 허위 방송”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해킹 배후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진영이 러시아의 전통적 전술인 ‘혼란 퍼뜨리기’를 사용하며 영리한 게임을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우크라 남부 댐 폭파#80여곳 주민 대피령#원전 냉각수 공급 차질 우려#푸틴 계엄령 조작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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