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납치 살해’ 필리핀 경찰 등 2명 무기징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3시 00분


필리핀 법원, 6년만에 1심 선고
시신 소각후 가족에 몸값도 요구

2016년 필리핀 한인 사업가 지모 씨(당시 53세)를 납치, 살해한 필리핀 전직 경찰과 전직 수사국 요원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범인들이 붙잡힌 지 6년 4개월 만이다.

6일(현지 시간) ABS-CBM방송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이날 전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소속 리키 산타 이사벨과 전 국가수사국(NBI) 요원 제리 옴랑에게 각각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당시 마약단속국 팀장으로 이 사건을 기획한 혐의를 받던 라파엘 둠라오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사벨과 옴랑은 2016년 10월 18일 수도 마닐라 인근 앙헬레스의 지 씨 자택에서 지 씨를 납치해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데려가 교살한 혐의다. 이들은 다음 날 지 씨 시신을 전직 경찰 소유 화장장에서 소각했다. 이사벨과 알고 지내던 지 씨는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는 협박을 받고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은 같은 달 30일 지 씨 부인에게 몸값 800만 페소(약 1억9300만 원)를 요구해 다음 날 500만 페소(약 1억2000만 원)를 받기도 했다.

당초 필리핀 경찰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1월 화장장을 소유한 전직 경찰의 사무실에서 지 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되면서 수사에 물꼬가 트였고, 이사벨 등 5명이 최종 기소됐다. 그해 5월 1심 재판이 열렸지만 피고인들의 검사 및 판사 기피 신청 등 지연 전략으로 계속 늦춰졌다. 지 씨 살해 사건은 현직 경찰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 씨 부인 최모 씨를 만나 “깊은 유감과 함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매우 미안하다”며 충분한 배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인 납치 살해#필리핀 경찰 등 2명 무기징역#6년만에 1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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