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필리핀 한인 사업가 지모 씨(당시 53세)를 납치, 살해한 필리핀 전직 경찰과 전직 수사국 요원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범인들이 붙잡힌 지 6년 4개월 만이다.
6일(현지 시간) ABS-CBM방송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이날 전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소속 리키 산타 이사벨과 전 국가수사국(NBI) 요원 제리 옴랑에게 각각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당시 마약단속국 팀장으로 이 사건을 기획한 혐의를 받던 라파엘 둠라오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사벨과 옴랑은 2016년 10월 18일 수도 마닐라 인근 앙헬레스의 지 씨 자택에서 지 씨를 납치해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데려가 교살한 혐의다. 이들은 다음 날 지 씨 시신을 전직 경찰 소유 화장장에서 소각했다. 이사벨과 알고 지내던 지 씨는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는 협박을 받고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은 같은 달 30일 지 씨 부인에게 몸값 800만 페소(약 1억9300만 원)를 요구해 다음 날 500만 페소(약 1억2000만 원)를 받기도 했다.
당초 필리핀 경찰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1월 화장장을 소유한 전직 경찰의 사무실에서 지 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되면서 수사에 물꼬가 트였고, 이사벨 등 5명이 최종 기소됐다. 그해 5월 1심 재판이 열렸지만 피고인들의 검사 및 판사 기피 신청 등 지연 전략으로 계속 늦춰졌다. 지 씨 살해 사건은 현직 경찰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 씨 부인 최모 씨를 만나 “깊은 유감과 함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매우 미안하다”며 충분한 배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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