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 라이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화해로 역내 지각 변동 속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일정에 착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홍해 도시 제다에서 사우디의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측면과 지역 및 국제 상황에서의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역시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가 회담을 갖고 양국 청정에너지와 기술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양국 관계가 인권 진전에 의해 강화됐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우디 방문을 통해 미국-사우디 시민 여행 제한 등과 같은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우디 방문을 통해 수단과 예멘의 분쟁 종식 노력, 이슬람국가(IS)와의 공동 투쟁, 이스라엘과 아랍세계 관계 등 논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도 참석할 계획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8주째 지속되는 수단 내전과 예민 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맞서는 정부군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양국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와 연계된 IS와 전투 중이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중국이 나서서 사우디와 이란의 오랜 갈등을 봉합하고 그 여파로 ‘친이란’ 시리아 정부가 아랍연맹(AL)에 합류하면서 중동 지역 내 동맹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중동 최대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앞세워 역내 이란·중국 영향력 확산을 잠재우고자 하며 이를 위해선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협력이 최우선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수단 등 아랍권 4개국과 맺은 ‘아브라함 협약’에 사우디 가입을 지원하면서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유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과 사우디 관계 역시 좋지 않다. 2018년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개전 이래 서방의 대러 제재 일환인 러시아 석유가격 상한제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더욱 껄끄러워졌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 방문 전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는 데 진정한 국가 안보 이익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이 빠르고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환상“은 없지만 ”우리는 그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사우디가 미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쉽사리 미국에 등을 보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AFP는 ”미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관계는 특히 방어에 있어서 긴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오랫동안 시아파 이란으로부터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거대 안보를 제공해 왔으며 사우디는 미국의 첨단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우디에서는 이란 대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알리레자 비크델리 이란 외무부 부장관은 ”우리는 오늘 이란과 사우디 관계의 중요한 날로 생각한다“며 ”이 지역은 안정, 번영, 진보를 달성하기 위해 인샬라(신의 뜻)를 더 큰 협력과 융합으로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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