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기업 절반은 앞으로 3년간 사무 공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원격 재택근무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사무실에 대한 대기업 시각이 바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가 글로벌 기업 347개사를 대상으로 3년간 부동산 관련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원 5만 명 이상 기업 65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축소 규모는 대부분 10~20%로 내다봤다. 직원 1000명 이하 기업 가운데 13%만 ‘줄이겠다’고 답했고 63%는 오히려 ‘확장할 것’이라고 한 것과는 상반된다.
최근 많은 대기업이 원격 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사무 공간을 줄이려는 것에 대해 리 엘리엇 나이트프랭크 리서치 책임자는 “기업이 사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보다 질’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정한 ‘포스트 팬데믹’ 세계가 온 만큼 기업은 눈가리개를 벗고 부동산 전략을 판단하고 있다”라며 “자사 업무 공간이 유연근무제에 적합한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지, 신기술이 직원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여러 가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 근무 형태에 대해 전체 응답자 56%가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대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직원에게 고정석을 주는 대신, 책상을 공유하는 유연한 사무 공간을 운영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사무 공간 축소 움직임이 특히 미국 주요 도시 상업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엘리엇 책임자는 “미국 1인당 사무 공간은 유럽과 아시아보다 훨씬 큰 편이어서 다른 도시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기업 사무 공간 효율화가 진행되면 인기가 낮은 지역 상업부동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낡고 오래된 건물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이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재택근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사무실로 유인할 수 있을 만한 ‘최고 공간’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영국 부동산 업체 세빌스는 상업부동산 공실로 가장 고통받는 도시가 미 샌프란시스코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실률은 팬데믹 이전 9.5%로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로 꼽혔지만 현재는 30%가 비어 있거나 내년에 빌 예정이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공실률이다. 세빌스는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난 추세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경기 추이, 인구 구조 변화 등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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