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갑부대 전진 못해 반격 차질
美정보당국 ‘러 소행’ 첩보 확보
러 “우크라의 미사일 공격” 반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6일 무너진 우크라이나 남동부 헤르손의 노바카호우카 댐을 두고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량 살상용 환경 폭탄”이라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붕괴 원인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고의적인 비밀 파괴 공작(사보타주)”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에 의해 댐이 파괴됐다고 맞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텔레그램을 통해 폭발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댐이 무너졌지만 우리의 영토 수복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체가 해방돼야 러시아의 새로운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며 이번 일에도 개의치 않고 러시아를 향한 군사작전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ICC에 조사도 요청했다. ICC는 올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에 따라 계획되고 실행된 고의적인 사보타주”라고 맞섰다.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동조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배후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수개월 전부터 불법적으로 해당 댐을 점령해 왔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측이 저지른 공격 행위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 NBC뉴스는 미 정보당국이 폭발이 러시아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첩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이 댐이 위치한 드니프로강 일대에서 댐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탈환했을 때도 댐 일부가 파괴됐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방이 댐을 폭파했다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양측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며 특히 대반격을 시도하는 우크라이나 측의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드니프로강 하류가 대거 침수돼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러시아 점령지로 진격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고 진단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러시아가 침수지 인근에 배치했던 병력을 다른 격전지로 보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 댐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수자원을 공급해 왔다.
환경 파괴,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루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장관은 댐에서 최소 150t의 기름이 유출됐고 피해액은 최소 5000만 유로(약 700억 원)라고 추산했다. 이 댐은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남부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해 왔다. 밀, 옥수수, 귀리, 해바라기 등 이 지역에서 나는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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