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유럽인 62% ‘중립’ 선택…대서양 동맹 온도차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8일 17시 21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관세 분쟁을 넘어 반도체 등 첨단기술부터 대만문제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 유사 시 유럽인의 62%는 중립을 선택하겠다는 설문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미국의 대중 압박 단일대오에서 벗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독자 노선이 민심을 등에 업고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게될지 주목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는 지난 4월 11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 1만6000명을 대상으로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보고서를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설문에서 유럽 국민들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분쟁 발생 시 유럽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2%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중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4%)보다는 높았지만 23%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도 10%나 나왔다.

미국을 지지하는 여론은 스웨덴(35%), 폴란드(31%), 네덜란드(30%), 덴마크(28%)순으로 높았지만 이들 국가에서조차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24%와 23%에 머물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중립을 택한 응답자가 80%에 달했다.

이에 대해 ECFR은 보고서에서 “유럽인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 관계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과 인도·태평양 지역이 연결됐다는 미 전략가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대만 분쟁에서 유럽과 미국의 친밀감이 미국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국민들은 유럽 국민들보다 중국을 실존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중국을 ‘경쟁자’(52%) 또는 ‘적’(38%)으로 규정했다. 중국을 미국의 ‘파트너’라고 응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43%는 중국을 유럽의 파트너로 인정했고, 경쟁자와 적이란 응답은 각각 24%와 11%에 그쳤다.

중국을 향한 유럽·미국 국민의 이 같은 온도차는 결국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대중 압박 전선에도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대만 문제에 대해 “유럽의 일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에 맞춘다는 건 최악의 생각”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시 나토 회원국에선 ‘그럴 거면 유럽이 알아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처리해라’(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 ‘EU와 나토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도빌레 사칼리엔 리투아니아 야당의원), ‘마크롱의 방중은 중공에 완벽한 승리를 안겼다’(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하원의원) 등 격양된 반응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주성을 위해 미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로 유럽 내 민심이 확인된 만큼 마크롱의 독자 노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파웰 제르카 ECFR 선임 정책 연구원은 타임에 “대만 문제는 유럽 국민들에게 여전히 매우 추상적인 문제”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제 국경 옆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대만은 아직 전쟁이 발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제르카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유럽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됐다”면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여론 조사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경우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대중 제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1%를 차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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