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들의 중국 대처법…“中 침공 징후 체크리스트 갖고 산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9일 11시 26분


더힐, 카오슝 이주 미국인 부부의 위기 대비책 소개
자전거·스쿠터로 온갖 취미 만끽하지만 낙관은 금물
대만 정부 "중국이 무력 행사시 전세계 충격받을 것"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고 미 의회전문 매체 더 힐(THE HILL)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심화로 위기 고조

대만 출신 미국 시민권자인 애런 스미스와 앨리슨 스미스 부부는 대만 남부 항구 도시 카오슝이 고향이다. 그들은 지난해 남편 가족들이 큰 걱정을 하는 것을 무릅쓰고 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카오슝으로 이사했다.

이들은 중국의 침공 징후를 알리는 체크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침공 징후가 확연해지면 언제든 대만을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앨리슨은 “카오슝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애런의 가족들이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커진다면서 ‘정말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계속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사람들은 그런 위협을 40년 동안 받아왔다.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카오슝에 온 다음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많은 것을 따져보고 유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중 관계의 근본이 흔들리면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한층 더 긴박해졌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4000m에 달하는 산이 있는 등 산지가 대부분인 대만의 지형은 방어에 유리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불과 160km 떨어진 해안 지대가 취약하다.

카오슝은 대만 최대 항구이자 해군과 육군, 공군 기지가 있는 곳이어서 중국의 봉쇄 및 대규모 공습의 1차 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2019년 대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으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로 대만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반드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건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공격 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힌다.

대만 국방부 산하 국가방위 및 안보 연구소 안보연구 책임자인 셴 밍시는 “2027년은 논리적 시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한보다는 공격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면서 중국 정부가 공격에 앞서 검토할 사항들을 열거했다.

◆최악에 대비


대만 주민들은 갈수록 공격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각자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도 타이페이에선 민간 단체 쿠마 아카데미가 민간인을 상대로 유사시 대비책을 강의하고 준비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 단체 홍보 책임자 애런 황은 “3번째로 임기를 시작한 시주석 정부가 위험을 오판해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는 위험을 대만 주민들이 직시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황은 이 단체의 강의 내용을 경찰 등 대만의 민간 방어 체계에 맞도록 짰다고 설명했다. 침공이 시작되면 해안가 주민들 대부분이 내륙 산악 지역으로 피신할 것으로 보고 안전하고 질서 있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 주민 대부분이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사람들에게 위험을 피하고 스스로를 지키며 기본적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과 가족을 지키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의 로고는 검은 곰이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황은 이 단체가 군사 훈련은 하지 않으며 상처 지혈과 부상자 소개 등 응급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적군 회피와 안전 지대를 찾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 단체 조직 방법 등도 가르친다.

이 단체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황은 “대만은 70년 동안 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집권 민진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해지는 측면이 있다. 타이페이에서 태어나 바텐더로 일하는 수는 민진당 정부의 팬데믹 대응에 실망했지만 야당인 국민당보다는 낫다고 평가한다.

그는 가족들과 중국의 위협에 대해 논의하는 와중에 세대차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대만인이다. 내 또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이 미국과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월 선거에서 민진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오슝의 앨리슨 스미스는 “대만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지만 내 친구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경제가 나빠진다고 걱정한다. 친구들은 나더러 너무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앨리슨은 비상 배낭을 준비했다. 장기 보존 식품과 물, 휴대폰 충전을 위한 태양전지 배터리, 방호장갑과 무전기 등이 담겨 있다.

앨리슨 부부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국경 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과정을 보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예컨대 미 정부의 여행 경고와 주요 기업들이 직원들을 철수하는 일, 대만 해협 건너편 중국군 증강, 중국의 최후통첩, 대규모 경제 제재 등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집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하진 않기로 했다. 언제든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만 돌아가는 시점은 자신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1997년 미 하원의장으로 대만을 처음 방문한 뉴트 깅리치의 이름을 본 따 이름을 지은 소형견 깅리치를 키우는 이들은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곳곳을 다니면서 외식하는 등 삶을 만끽하고 있다.

◆낙관은 금물

바이든 대통령은 적어도 네 번 이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지킬 것이며 대만 방위에 미군의 해공군력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안보 연구원인 셰밍이 미군의 지원 속도에 따라 대만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평가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미 캘리포니아 샌디에고항에서 항공모함이 오는 경우 대만은 최소 2주 이상 자력으로 버텨야 하며 하와이에서 오는 경우엔 7,8일, 괌에서 전투기가 파견되고 일본에서 항공모함이 파견되는 경우엔 이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방장관에게 의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지를 물을 때마다 매번 다른 답변을 한다. 4개월이라고 한 경우도, 2주라고 한 경우도 있다. 나름의 계산이지만 모두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실시한 워 게임에 따르면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나다. 수만 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수십 척의 함정이 파괴되며 전투기 수백 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계는 대만 수호에 일치된 입장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 공산당이 미국 안보와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 위협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과 미국 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지연된 190억 달러 상당의 대만 군사 지원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은 2019년 대만이 주문한 250기의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과 주요 탄약을 전달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 국방부 재고 무기 중 1차로 10억 달러 상당을 지원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제시카 루이스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지난 24일 의회에서 대만 지원을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만이 필요로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만 당국자들은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예비군 훈련을 강화하는 자체 방위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대만 정부는 그러나 전쟁이 발생하면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 세계 해상 교역 운송의 40~50%를 차지하는 항로가 차단되고 첨단 반도체 공급의 90%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셉 후 대만 외교장관은 지난달 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대만만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주요국들과 함께 중국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