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할 것이라는 베팅은 잘못”이라며 일방적으로 한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해 외교부로부터 초치당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미국 경제에 반(反)하는 베팅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 연설,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SK실트론 공장 방문, 2013년 한국 방문 등 공식 행사에서 종종 “미국에 반하는 베팅을 말라”고 언급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싱 대사가 일부러 바이든 대통령의 단골 멘트를 언급하며 한국 비판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경제의 회복은 어느 주요 경제국보다 강력했다”고 미 경제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 등을 언급하며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중국을 은근히 겨냥했다. 또 일자리 1300만 개 창출 등 집권 후 2년간 자신이 거둔 경제 성과를 거듭 거론하며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이나 미 경제에 반해서 베팅하는 것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나의 믿음을 재확인시킨다”고 끝을 맺었다.
이 기고문은 한국 시간 8일 저녁인 싱 대사의 발언 공개 시점 직후 공개됐지만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다. 싱 대사의 발언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재선을 위한 국내 정치용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고 했다”고 언급했음을 고려하면 미중 갈등 와중에 세계 주요국을 향해 반드시 미국의 편에 서라고 거듭 강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대서양 선언’을 발표하며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영국 등 동맹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거론하며 “일대일로는 ‘부채와 몰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탄로 났다. 반면 주요 7개국(G7)의 ‘더 나은 세계 재건’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천문학적인 대(對)중국 부채로 신음하자 서방은 일대일로가 개도국을 사실상 중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또한 이날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하고 해당 기구에서 중국의 재정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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