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반격을 개시하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반격으로 크림반도로 향하는 육로가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또한 모스크바에 대한 전례 없는 무인기 공격, 국경 지역에서 자유군단의 소요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자, 푸틴의 통제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러시아 외교 소식통은 “이는 당국에 심각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WP는 러시아 의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콘스탄틴 자툴린 하원 독립국가연합(CIS) 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발언이 최근 러시아 지도부 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자툴린 위원장은 최근 한 회의에서 러시아가 내세운 침공 명분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호 중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장기적인 안보 지원을 약속한 것도 러시아 지도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나토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현대화된다면 러시아에 위협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푸틴은 2024 대선을 앞두고 미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열기가 식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러한 희망도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고 러시아 정치권 내부 소식통은 말한다.
평소 전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내비쳐 온 국영 매체 리아노보스티(RT) 마르가리타 시모니안 편집국장은 현재 전선에서 갈등을 멈추고 그곳 주민들이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 러시아 외교 소식통은 “이미 러시아가 공식 입장을 일부 수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모니안 국장의 발언은 러시아군에 시간을 벌어다 주기 위한 책략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어 판단하기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실수였다는 인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전쟁이 점차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물론 러시아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엘리트들은 러시아가 쉽게 패배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분쟁이 지속된다면 푸틴 대통령의 입지에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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