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최초로 여성 자치정부 수반에 올랐던 니컬라 스터전 전 수반(53·사진)이 당비를 유용한 혐의로 11일(현지 시간) 전격 체포돼 7시간 조사 끝에 풀려났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이끌어 온 스터전 전 수반은 올 2월 돌연 사임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는데 당비 유용 의혹으로 타격을 입게 되면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이날 스터전 전 수반이 소속된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자금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스터전 전 수반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스터전 전 수반은 조사를 받은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터전 전 수반은 재임 당시 SNP가 2017년부터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명목으로 모금한 66만 파운드(약 10억 원) 상당의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금 이후 주민투표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부금 대부분이 이미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기부금이 2017년 스코틀랜드 총선 당시 SNP의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2021년 SNP의 재무 담당 당직자들이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며 줄줄이 사퇴하자 경찰은 같은 해 수사에 착수했다.
스터전 전 수반의 남편인 피터 머렐 전 SNP 사무총장 역시 두 달 전인 올 4월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머렐 전 총장의 모친 자택에서 10만 유로(약 1억3800만 원) 상당의 고가 캠핑카를 압수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스터전의 후임인 훔자 유사프 자치정부 수반은 해당 캠핑카가 SNP 당비로 구입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의 상징적 인물인 스터전 전 수반의 당비 유용 의혹은 2025년 예정된 스코틀랜드 총선에서 집권당인 SNP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SNP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SNP의 지지율은 41%로 지난해 12월 대비 약 10%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29%로 4%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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