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유럽에 출시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일랜드가 구글에 개인정보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며 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IDPC)는 구글이 유럽연합(EU)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에 대해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했기에 이번 주 출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IDPC는 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근거로 활동하는 규제 기관이다. 구글은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 때문에 유럽 지사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어 EU 역내 사업에 대한 승인은 IDPC로부터 받아야 한다.
2018년 시행된 GDPR은 EU 내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과 해외에서 EU 주민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에 적용된다. 개인정보 처리 과정을 기록해야하며 역외 반출은 엄격히 금지된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레이엄 도일 IDPC 부위원장은 이날 폴리티코에 “최근 구글이 이번 주 바드를 EU에 출시할 의향이 있다고 통보했다”며 “현재로서는 바드의 개인정보 영향 평가와 관련한 문서를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바드가 GDPR을 어떻게 준수할지에 대한 답변을 구글 측에 요청해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드는 이번 주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IDPC는 빠른 시일 내에 EU 회원국의 데이터 보호 기관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구글은 그간 미국과 영국에서 시범 서비스해 온 바드를 유럽을 비롯한 180여개국으로 전면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오픈AI의 챗GPT가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사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자체 개발한 AI 챗봇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바드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자유로운 대화는 물론 고급수학, 추론, 코딩 등도 수행할 수 있다. 구글은 바드의 생성형 AI 기술을 검색, 이메일, 사진편집 등 기존 ‘구글 워크스페이스’ 서비스에 통합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아일랜드 당국으로부터 바드의 유럽 출시가 퇴짜를 맞게 되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또 한번 유럽의 강도 높은 AI 규제를 실감하게 됐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GDPD)은 오픈AI가 EU의 GDPR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방국 중 처음으로 챗GPT 서비스를 자국에서 전면 차단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오픈AI 측이 사용자 연령 확인 기능을 신설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챗GPT 데이터 학습에서 제외한다는 개선안을 발표하자 비로소 서비스 차단 조치가 해제됐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당국도 이탈리아에 이어 오픈AI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U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도 14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에는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고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자료의 출처를 공개하는 방안이 담겼다. 위반 기업에는 연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여하는 이번 법안은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가 참여하는 제3자 협상을 거쳐 오는 2026년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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