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방가 “美中갈등 고려하기엔
개도국 지원 등 합심할 현안 많아”
바이든 ‘中 일대일로 견제’와 배치
2일 취임한 인도계 아자이 방가 세계은행 신임 총재(사진)가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세계은행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직 미 대통령이 사실상 총재를 지명한다. 방가 총재를 포함해 지금까지의 모든 세계은행 수장 또한 미국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가 총재가 자신을 발탁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반하는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방가 총재는 1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나는 (개발도상국 지원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세계은행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긴장 상황을 고려하기에는 기후변화, 개발도상국 지원 등 각국이 합심해서 대처할 현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차이나머니’를 바탕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와 완전히 대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거론하며 “일대일로는 ‘부채와 몰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탄로 났다. 반면 주요 7개국(G7)의 ‘더 나은 세계 재건’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돕고 있다”며 중국 대신 미국의 손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방가 총재의 이런 행보는 그가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959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의 시크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원까지 인도에서 마쳤고 40대 초반에야 미국으로 이주해 2007년 미 시민권을 취득했다. 인도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크교도의 상징, 터번을 늘 두르고 있을 만큼 인도 전통 색채가 강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유럽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2019년 취임 후부터 미중 갈등의 후폭풍을 우려하며 서구 주요국에 치중한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의 격화로 세계 경제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더 가난하고 덜 안전한 세상이 도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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