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산업 공세]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 르포
화웨이 “정치적 영향없이 佛과 협력”
美-유럽 등 기업 2500여곳 경쟁… 韓 스타트업 45곳, 통합관 운영
“화웨이 인공지능콘택트센터(AICC)는 우수한 기술로 고객 생산성을 높여 드립니다.”
14일(현지 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 행사장인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베르사유 한가운데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전시관이 차지했다. 중국계인 우융 화웨이 프랑스 법인 이사는 각국 기자들에게 “프랑스어로 설명해도 괜찮겠느냐”면서 유창한 프랑스어로 이렇게 홍보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정보를 빼돌린다”며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파리 중심에서 프랑스 법인이 연간 2억9600만 유로(약 4091억 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며 투자 성과를 강조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프랑스가 중국 간판 기업의 투자를 톡톡히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화웨이 프랑스 법인 이사인 샤를 카트리노는 “20년간 프랑스에서 사업하며 파트너 업체들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양국의 정치적 영향은 없다.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7회째로 17일까지 열리는 비바테크에는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중국 대기업과 함께 구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 및 세계 스타트업 2500여 곳이 참가해 투자 유치에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은 주최 측 주력 파트너인 ‘올해의 국가’로 선정됐다. 국내 스타트업 45곳이 LVMH 로레알 같은 다른 파트너와 함께 행사장 중심부에서 통합관을 운영했다.
● 보조금-세금 혜택… 佛 FDI 56% 급증
경기 침체 등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비바테크를 비롯한 각종 투자 유치 행사로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422억 달러(약 54조 원)로 전년(270억 달러)에 비해 약 56% 늘었다. 이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지난해 5만8810개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이런 성과의 비결에 대해 이날 비바테크를 찾은 제롬 쥘리앵 주한 프랑스대사관 상무 참사관은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국내외 첨단기술 기업에 보조금 540억 유로(약 75조 원)를 지급하기로 해 벌써 글로벌 기업 170곳이 지원했다”며 “혁신 기업에 대한 세율도 2017년 30%대에서 2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벤처부와 KT, 삼성C랩 지원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모레’ 윤도연 대표이사는 “AI 시장은 커지는데 미국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해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니) 생산 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AI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찾는 수요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크롱, 행사장 찾아 “AI에 5억 유로 투입”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확장세에 접어든 스타트업들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바이오 기술 업체 ‘비옥세지’ 시드네 로스탕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초기 8년간 법인세를 최대 50% 감면받아 창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각종 정부 지원금과 세금 혜택을 받아 현재 외부 펀딩 없이 순수 자기자본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비바테크를 방문해 영어 연설로 투자를 이끈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행사장을 찾았다. 2시간가량 행사장을 둘러보며 세계 각국 투자자의 관심을 받은 그는 이 자리에서 AI 개발에 5억 유로(약 7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100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비바테크 참석차 파리를 찾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난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 유치를 설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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