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대기업 증세’ 내세워 본격행보
작년 서거 英여왕에 “신의 가호를”… 뜬금없는 발언에 또 건강이상 논란
“바이든 지지” 39%, “트럼프” 45%… 트럼프 기소에도 여론 큰 변화 없어
“억만장자와 대기업이 공정한 몫을 치러야 할 때입니다!”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유세에서 부자와 대기업에 세금을 더 매기겠다고 밝히자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소속 노동자 2000여 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창출한 투자 성과를 열거하며 “핵심 원칙은 미국 노동자와 물건, 제조시설 등으로 미국에서 만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0개 산업별 노동조합이 가입한 AFL-CIO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노조 앞에서 좌파적 ‘부자 증세’와 우파적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경제 정책을 캠페인 화두로 내세워 재선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여전히 뒤져 있다. 건강 이슈에 이은 실언 논란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바이든 선거 전략은 ‘경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21년 1월 취임사에서 한 “나는 미국 역사상 가장 노조 친화적 대통령”이라는 발언을 반복하며 ‘노조 사랑’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 대선 출마 선언도 피츠버그 노조 회관에서 했다.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노조 지지세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보다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해 부자와 미 월가 그리고 대기업 비판으로 선명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만든 것은 월가가 아니라 여러분, 노동자”라며 “투자은행이 내일 파업한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여러분이 출근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멈춘다. 누가 더 미국에 중요한가”라는 말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논란보다 (그의) 포퓰리즘적 경제 정책을 재선을 향한 유세의 중심에 두고 싶어 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달성을 위해 반도체법, IRA 등을 도입하고 실제 일자리를 늘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그는 유세에서 “나는 이론을 가지고 (대통령에) 취임한 게 아니라 계획을 가지고 취임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 英 여왕 서거했는데 “여왕에게 신의 가호를”
하지만 고령에 따른 건강 논란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실언 문제가 또 불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코네티컷주 총기 규제 행사 연설을 마치며 갑자기 “여왕에게 신의 가호를(God save the Queen, man)”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이 지난해 9월 서거한 데다 왜 연설 마무리에 영국식 구호를 덧붙였는지 그 맥락을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을 취재한 백악관 풀(공동 취재) 기자 역시 “나도 (발언) 맥락을 모르겠다”며 어이없어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실시한 14, 15일 여론조사 결과 ‘오늘 2024년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45%, 바이든 대통령 39%로 나타났다. 지난달 같은 기관 조사 결과도 ‘트럼프 지지’ 47%, ‘바이든 지지’ 40%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섰다. 이번 조사 공동 책임자 마크 펜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내부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높아지고 있다. ‘오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린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란 질문에 응답자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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