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블링컨, 시진핑과 회담 시작…관계 개선 메시지 주목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19일 17시 57분


미중 관계가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9일 오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 간 면담 확정으로 연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 마련될 뿐아니라 미중 간에 그간 고조돼온 긴장이 당분간은 안정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과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미중 양측이 첨예하게 맞붙는 문제들은 일단 남겨둔 채 긴장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블링컨 장관은 이틀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시 주석과 회담을 시작한다.

앞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18일) 미국 국무장관으론 5년만에 중국을 방문, 친강 외교부장(장관)과 만찬을 포함해 장장 7시간30분에 걸쳐 회담을 실시했고 이날 오후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약 3시간 가량 대화를 진행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안보센터의 제이콥 스톡스 수석 연구원은 WP에 “이번 회담들이 생산적이었는지에 대한 진짜 테스트는 최소한 중국 측에서 보면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주석과 면담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그 가능성을 보류하는 것은 중국이 그 전망을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왕이 위원은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중 관계가 저점에 있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잘못된 대중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미중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므로 미국은 중국과 함께 이견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전략적 사고를 피해야한다. 미중 관계가 추락을 멈추고 안정화하려면 양국 정상 간의 합의가 실제로 실천에 옮겨져야한다.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의 원칙을 기본 지침으로 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중 관계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미중이 대결하는지 대화하는지, 갈등을 선택할지 협력의 길을 걸을지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화에 대한 강조는 부정적인 관계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는 중국의 이전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중국 난징대학 주펑 교수는 “양측은 중-미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경쟁, 협력 그리고 대화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상호작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회담이 끝난 뒤에는 미중 양측 모두 회담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양국은 △고위급 접촉 유지 △미중 관계 이행지침에 대한 협의 진전 △현안 해결 위한 미중 워킹그룹 협의 △인적 및 교육 교류 확대 등 4가지 분야에서 합의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의 중요성과 모든 문제에 걸쳐 열린 의사소통 채널의 유지를 강조했다”면서 양측은 “미국과 중국 국민들 사이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는 적절한 시기에 워싱턴을 방문하라는 블링컨 장관의 초청을 친강 부장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는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키우고, 올해 말 국제회의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주펑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억제하는 것에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면 당연히 중국이 (그들의)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여전히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가 다시 틀어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왕이 위원은 “미국이 ‘중국 위협론’에 대한 억측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억압을 포기하고, 중국 내정에 대한 자의적 간섭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문제(대만)에 대해 중국은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다. 미국 측은 세 차례의 미중 공동성명에 명시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정으로 고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대만 독립’에 분명히 반대해야한다”고 했다.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블링컨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10월 다녀온 뒤 약 4년8개월 만이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대면 회담을 실시한 이후 긴장 관리 차원에서 소통 채널을 열어 놓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월 자국 본토로 흘러들어온 기구가 ‘정찰용’이라면서 격추에 나서는가 하면, 중국이 러시아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중국의 엄중한 경고 속 권력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계기로 미중 관계는 더욱 틀어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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