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밀입국선이 전복해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실종된 가운데 배 안에서 국적·성별·연령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박에는 최대 750명이 승선 중이었고 이 가운데 파키스탄 출신이 약 400명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조된 생존자 104명 중 파키스탄 국적은 단 12명에 불과하다. 파키스탄 당국은 18일 최소 300명이 넘는 자국 출신 승선자가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해당 난민선 내에서 국적에 따른 차별로 인해 파키스탄 난민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고 전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생존자 진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들은 다른 국적자들과 달리 갑판 아래로 쫓겨나 그곳에 갇혀 머물러야 했다. 물을 요구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 선원들이 학대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또한 생존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가 단 한 명도 없다. 남성들이 과밀 상태의 난민선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보호해 주겠다면서 배 밑바닥에 있는 짐칸으로 몰아넣는 바람에 이들이 희생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당시 배에는 약 100명의 어린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가 돼가고 있다. 북아프리카나 중동 등 내전 지역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도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이 최근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는 11일 기준 7만1136명으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11일 기준 유엔인권이사회(UNHCR) 집계를 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던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난민은 1037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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