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100마일(약 161㎞) 떨어진 쿠바에 중국의 군사시설이 설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쿠바가 쿠바 내 새로운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현재 이 시설에 관한 양국의 논의가 진행 단계에 있으며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리들은 새로운 군사 시설이 쿠바에 중국 군을 영구 주둔시키고 미국에 대한 전자 도청 등 정보 수집을 확대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시설은 중국의 ‘프로젝트 141’의 일부로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전 세계로 군사 거점을 확장하고 후방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프로젝트 141 거점으로는 캄보디아의 중국 해군 전초 기지와 아랍에미리트(UAE) 항구의 용도가 불분명한 군사 시설 등이 포함된다고 한 전직 미국 관리가 말했다. 이전까지 서반구에는 프로젝트 141의 거점이 없었다.
일부 첩보 관리들은 중국이 쿠바에서 벌이는 행동이 미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한 지리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이 대만 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1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은 중국 본토에서 약 100마일 떨어져 있고, 이는 플로리다에서 쿠바까지의 거리와 거의 비슷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 관리들과 접촉해 이를 무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 시설을 수용하는 게 주권 침해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공식 확인했고, 최근 중국을 방문해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과 쿠바가 이미 쿠바 섬에 4개의 도청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 관리는 이 도청망이 원래 1개였다가 2019년쯤 4개 기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개입이 심화됐다고 한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 전투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태평양 전역에 수십 개의 군사 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35만 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인도·태평양 이외의 지역에서 군사적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저지하려 할 때 이 점을 지적하곤 했다.
다만 일부 미국 관리들은 쿠바가 미국의 시선을 의식해 중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쿠바 경제가 휘청이고 있고 미국이 부과한 경제 제재와 여행 제한의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WSJ에 “첩보계는 수 년 전부터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해 왔다”며 “이 경우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는 건 시기상조고, 현 단계에서 (쿠바 내 도청 시설은) 기능이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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