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끌려간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의 열악한 환경을 담은 NHK 방송 영상에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이 거짓이라며 거듭 따지자 NHK가 “해당 영상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일본 지지통신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자민당 외교부회 및 ‘일본 명예와 신뢰 확립을 위한 특명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한 NHK 관계자는 당시 프로그램의 열악한 노동 장면은 1955년 찍은 것이고, 향후 이 영상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NHK 측은 ‘(이 영상이) 군함도가 아닌 곳에서 찍은 것이라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2021년 자체 조사 결과를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1955년 NHK가 제작 방송한 다큐멘터리 ‘녹색 없는 섬’이다. 속옷만 입거나 웃통을 벗은 광산 노동자가 천장이 낮은 탄광 갱도에서 곡괭이로 열악하게 석탄을 캐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옛 하시마섬 일부 주민과 일본 우익들은 몇 년 전부터 이 영상을 두고 “전쟁 때 강제동원이 있었던 것처럼 그렸다. 군함도에 열악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NHK가 영상을 날조해 한국이 선전선동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NHK는 “섬 주민들이 풍요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며 강제동원이나 열악한 환경 고발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찍었다는 취지로 대응해 왔다.
산케이신문은 NHK의 결정에 대해 “해당 영상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증거라고 펼쳐 온 한국 언론의 주장이 일단 깨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자국 공영방송이 약 70년 전 촬영하고 방영한 프로그램을 이제 와서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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