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나 고위급 소통 재개를 비롯해 미중 관계 안정화에 합의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을 돕겠다는 약속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마치며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는데, 중국이 이같은 미국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 행사를 거부하면 더 많은 방어자산을 역내에 배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 블링컨 “中, 北 압박 안하면 안보자산 더 배치”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미사일 실험 및 핵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을 돕겠다는 약속을 중국에서 받았느냐’는 질문에 “약속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하지만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는 김정은(정권)이 역내 최대 불안정 행위자라는 점을 중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한국, 일본과 함께 미국 및 동맹국 보호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보호 조치)에는 역내 안보자산 추가 배치와 훈련 등이 포함된다”면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좋아하지 않을 조치”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주변 미군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미일 간 확장억제 강화 조치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같은 방어 조치 강화 가능성에 대해 “중국 측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왕이(王毅)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에겐 구체적으로, 시 주석에게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고 역내 미군과 동맹을 위험에 빠뜨리는 북한 정권은 미국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을 ‘미 국가비상사태’ 대상으로 재지정했다. 북한은 2008년 이후 미 국가비상사태 대상으로 지정되고 있다.
● 美향해 中 “책임 다해야”, 北 “구걸 행각”
중국은 20일 북핵 문제에 대해 “각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블링컨 장관이 제기한 ‘중국 역할론’을 일축했다. 미국 먼저 한반도 긴장 완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어려운 지점이 매우 명확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국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각자 책임을 감당하며 유의미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도발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은 사실상 북한의 안보 우려를 존중하지 않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중국은 그간 비핵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쌍중단(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요구해 왔다.
마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앞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압박 대신 북미 외교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블링컨 장관 방중을 ‘구걸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국제문제평론가 정영학 명의 글에서 “도발은 저들이 먼저 하고 이제 와서 그 무슨 ‘의견 상이를 책임적으로 관리 통제’ 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는 것이야말로 미국 특유 양면성과 철면피성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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