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등 美 전방위 견제 영향
의류 전자 등 美시장 점유율 급감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해 온 다양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에 따르면 수출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섬유와 의류다. 올 1∼4월 미국이 수입한 섬유·의류에서 중국산 비율은 20.9%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SCMP는 지난해 6월 발효된 미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법은 강제노동의 산물로 의심되는 중국 신장 지역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미 패션 기업들이 중국산 면 제품 수입을 상당 부분 중단했다.
또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왔던 저가 상품인 가구와 장난감의 대미 수출도 급감했다. 올 1∼4월 중국산 가구와 장난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전체 대미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와 전자제품도 1∼4월 미국 시장 점유율이 26%로 지난해(30.3%)보다 낮아졌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올해 1∼5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에 이어 3위로 내려갔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수요 약화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법 등 리쇼어링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CMP는 “미국과 유럽이 핵심 기술을 장악한 일부 전자와 기계 제품에서는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이 중국의 수출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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