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호 잔해를 둘러보는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실종된 가운데, 해당 잠수정 운영사가 탑승객들에게 사망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7월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리스는 “서명한 면책 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며 “구명복을 입는 방법 외에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잠수정에 대해 “내부는 미니밴 정도의 공간으로 조용하고 편안했다”며 “잠수정은 돌처럼 가라앉았고, 바닥에 도달한 다음 90여 분간 타이태닉호를 찾으려고 돌아다녔다. 그곳은 너무 어두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취재를 위해 타이탄을 탑승했던 CBS 방송 기자 데이비드 포그도 “면책 서류에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했다.
포그가 서명한 면책 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포그는 사망 가능성이 면책 서류에 언급됐는데도 서명한 이유에 대해 잠수정 운영사인 해저탐사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안전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에선 사망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오션게이트는 탑승자 보호를 위해 전문 기관의 감독하에 시제품을 테스트하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앞서 해저 약 4000m 지점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를 탐험하기 위해 나선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대서양에서 실종됐다. 탑승자는 총 5명으로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겸 탐험가 해미시 하딩, 파키스탄의 대형 비료회사 엥그로(Engro) 부회장 샤흐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정 실종 사흘째인 21일 수색대가 실종 장소 인근에서 ‘수중 소음’을 감지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 국적 P-3 해상초계기가 수색 지역에서 수중 소음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해상초계기는 잠수함 탐지·추적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다. 다만 경비대는 소음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수중탐색장비(ROV)를 재배치했으나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타이탄에는 탑승객 5명 기준 최대 96시간(4일) 호흡할 수 있는 분량의 산소가 탑재돼 있다. 현재 잠수정 내 산소가 고갈되기까지는 약 10시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경비대 제이미 프레데릭 대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잠수정과 탑승자 수색을 위해 모든 자원을 계속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수정에 식료품과 물이 한정된 양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수색 작업이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