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 탄압하는 인도 총리 ‘국빈’ 초청한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2일 11시 04분


미 인도 이민자 영향력 커지고 중국 견제 필요
이슬람 차별 폭동 진압 등 민주주의 후퇴 지적도
"큰 차원의 외교…인도 민주주의는 인도인이 결정"

미국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이던 2005년 그의 미국 방문 비자를 거부한 적이 있다. 회교도 폭동을 과격하게 진압해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모디 총리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나렌드라 총리가 집권한 이래 인권이 악화하고 민주주의가 위축돼 온 와중에 이뤄진 일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인도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디 총리를 초청, 자신이 주창해 온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촉진 정책을 후퇴시켰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인도와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배경을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 취임 이래 인도와 관계 강화 강조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보다 우월하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인도는 비록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인도 관계가 “21세기 국제 관계를 규정할 것”이라며 “지금은 전환기”라고 강조했다.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을 주창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를 환대하는 것은 보다 큰 차원의 외교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20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경쟁하는 와중에) 보다 큰 차원에서 다양한 전통과 배경을 가진 나라들과 건설적 관계를 맺어야 함을 분명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에 중국과 관련한 양국 공통 과제를 논의하고 기술 안보 협력과 GE 전투기 엔진 인도 내 생산을 발표한다. 그밖에 교역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도의 국제 역할 강화 노력 등도 논의된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래 미 정부는 인도 및 모디 총리와 관계 개선을 강조해왔다.

에릭 가세티 인도 주재 미 대사는 지난달 모디 총리에 의해 인도가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지난 4월 모디 총리를 “엄청나고 비전이 탁월한” 인물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고 밝혔다.

◆인권 탄압, 민주주의 후퇴 비판하는 목소리도

그러나 인권운동가들과 일부 의원들은 모디 총리를 맞는 축하 분위기와 낙관적 발언들을 빌미삼아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들은 비공개 회담에서 모디 총리가 국내 정책에 대해 국제적 압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왔다.

설리번 보좌관은 민주주의와 인권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 비공개로 언급할 것이지만 구체적 발언 내용은 대통령이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국빈 만찬은 20년 동안 서방 정부로부터 백안시되던 모디 총리가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4년 모디 총리 당선 이래 인도는 갈수록 권위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다. 스웨덴 코텐부르크 대학 V-뎀 연구소는 인도에서 회교도 처벌이 늘어나고 소를 죽이거나 힌두교 여성과 사귀는 이슬람 남성 살해가 증가한다고 밝힌다.

인권운동가, 언론인, 야당 지도자 등에 대한 무차별적 증오 발언과 처벌도 많아지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가 시위 도중 모디 총리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투옥될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모디 총리가 주지사 시절 회교도 폭동 진압을 주도했다는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방송을 차단하고 시위 대학생들을 구금했다.

이처럼 국내외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모디 총리는 종교적 탄압이 없다며 개혁 요구를 거부해왔다. 나아가 인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모디 총리는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모디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인도는 보다 높고 깊고 넓은 위상과 역할을 담당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인도와 관계 강화해 중국 견제 의도

미 정부는 인도와 관계 강화가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유엔 총회의 러시아 침공 비난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고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늘려온 인도지만 그로 인한 대가는 거의 치르지 않는 이유다.

인도와 미국 사이의 관계 강화는 시장으로서 인도의 엄청난 규모와 양국 사이의 긴밀한 인적 교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내 인도 이민자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배경이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어머니가 인도 태생인 이민자 출신이다. 그밖에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 비네이 레디, 국내정책위원회 국장 니라 탠던 등도 인도 계이며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기업가 비벡 마라스와미도 인도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모디 총리와 긴밀한 사이임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지지하는 힌두”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백악관 일부에선 모디 총리에게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인도의 민주주의는 인도인들이 결정하는 것이며 미국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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