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서양에서 ‘타이태닉’을 찾으려다 실종된 타이탄 잠수정이 ‘치명적인 내부 폭발(catastrophic implosion)’을 겪었다며 탑승했던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존 모거 미 해안경비대 소장은 22일(현지시간) 오후 기자 회견을 열고 “타이태닉 잔해를 보러 하강하다 사라진 잠수정 잔해가 이날 오전 타이태닉 뱃머리에서 약 1600ft(488m) 떨어진 해저에서 발견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18일 오전 타이탄이 잠수를 시작한지 1시간 45분 후 연락이 두절된 지 나흘 만이다.
수색 당국은 총 5개의 잔해를 발견했다. 미 해군의 인양 전문가인 폴 행킨스는 “처음에는 압력 선체의 노즈콘(잠수정이나 로켓 앞부분 뾰족하게 디자인된 부분)을 발견했고, 그 다음 큰 ‘잔해 지대’를 찾았다”며 “그 안에서 압력 선체의 앞쪽 종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재앙적 사건’이 있었다는 첫 번째 징후였다”고 전했다. 이어 발견된 잔해들이 압력 선체 전체로 구성돼 있었다고 행킨스는 전했다.
잠수정 사고인 ‘내부폭발(implosion)’이 일반적인 폭발(explosion)과 어떻게 구별되는 지에 대해 미 NBC방송 “외부폭발은 안에서 밖으로 폭발이 일어난다면, 내부폭발은 외부의 압력이 내부에 가해져 부피를 최소화하는 폭발을 말한다”고 말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선박이 언제 폭발했는지, 어떤 경위로 폭발했는지 등을 파악하긴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경비대 측은 “이것은 선박의 치명적인 파열이라 소나 부표(부표형 음파탐지기)가 포착할 수 있는 광대역 음파를 발생시켰을 것”이라면서도 “소나 부표가 탐지한 것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또 20, 21일 일정한 패턴으로 들렸던 소음에 대해서는 “소음과 해저에서 발견된 파편 위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미 해군 고위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해군은 즉시 음향 데이터를 분석, 통신 두절 시점에 타이탄 잠수정이 운행하던 부근에서 내폭 혹은 폭발로 보이는 비정상적 현상을 감지했다”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시 진행 중이던 수색·구조 임무 지원을 위해 해당 정보가 지휘관과 즉시 공유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은 보안을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희생자 시신 수습 가능성에 대해 해안경비대 측은 “해저 상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말을 아꼈다. 잠수정에는 타니태닉 모험에 대한 열망으로 뭉친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5명이 탑승해 있었다. 타이태닉 잔해 탐험 상품을 운영한 오션게이트 공동 창업자이자 잠수정 운항사인 미국 국적의 스톡턴 러시(61), ‘액션애비에이션’의 회장이자 기네스기록 보유자 영국 국적의 해미쉬 하딩(58), 프랑스 국적의 해양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77), 파키스탄 재벌인 샤자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 등이다.
특히 러쉬 씨의 아내 웬디 러쉬 씨가 실제 111년 전 타이태닉호에서 함께 숨진 ‘스트라우스 부부’의 고손녀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스트라우스 부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타이태닉호 사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연이다.
한편 1997년 영화 타이태닉 제작 과정에서 여러 차례 타이태닉 잔해 탐사에 나섰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날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이태닉 참사와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선장은 반복적 경고를 무시하고 달도 없는 밤에 전속력으로 얼음밭으로 돌진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또 그 경고를 무시한 매우 유사한 비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이탄 잠수정이 여러차례 안전 우려 경고를 무시하고 잠수를 감행했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안전불감증을 비판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