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겨냥한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저녁 텔레그램에 게재한 영상에서 “방금 우리 정보부와 우크라이나 보안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을 방출하는 테러 공격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그들은(러시아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사능에는 국경이 없으며, 방사능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전 세계 모든 파트너와 공유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에 대한 테러 공격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있어선 안 된다”며 “이번에는 카호우카댐처럼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고는 최근 자포리자 원전의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젤렌스키의 말을 또 다른 거짓말”이라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달 반격을 개시한 후 자포리자주(州)에선 날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앞서 카호우카댐이 파괴되면서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3일 칼리닌그라드에서 알렉세이 리하체프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 대표를 만난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5일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하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21일 IAEA는 성명을 발표해 “냉각수 연못 인근에 지뢰가 매설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현장에서 지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IAEA는 또한 “이전에 발전소 경계 외부에 지뢰가 배치된 사실”과 “내부의 특정 장소에 지뢰가 배치된 사실을 알고 있으며, 발전소의 보안 요원은 이것을 방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폭발 장치가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시설의 주요 안전 기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해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로 지난해 3월부터 사실상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원전을 둘러싸고 군사 활동이 이어져 방사능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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