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던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선포했다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리고진이 누구인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같은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절도와 강도, 사기 등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1981년 강도, 폭행 등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9년을 복역했다.
출소이후 가족들과 같이 노점에서 핫도그 장사를 시작한 그는 장사가 잘되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됐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식당을 즐겨 찾으면서 가까워졌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만찬과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연회를 책임지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학교 급식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지출을 승인하는 등 그를 신임했다.
이후 그는 여론 조작 기관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기관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영향력을 행사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설립하면서 프리고진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은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쟁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펼쳤고, 시리아,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수단 등의 국가의 내전에도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용병들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 드러나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돈바스 지역에 배치되는 등 최전선에 전투를 벌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후무트를 러시아가 장악하는 데도 바그너그룹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프리고진과 러시아 국방부 간 갈등이 심화됐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에 대한 러 국방부의 탄약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 군 수뇌부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철수를 빌미로 러시아 국방부의 추가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프리고진은 20년 전 그림 동화책을 쓴 작가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스크바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몸집이 너무 커져버린 왕’에 대한 90페이지 분량의 그림 동화책 ‘인드라구지크’(가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의 공식 저자는 프리고진의 자녀들인 폴리나와 파벨이지만 서문에 프리고진이 공동 저자로 소개됐다. 다만 이 책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프리고진의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선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무장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던 바그너 그룹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철수하기로 해 반란은 마무리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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