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 반란에 “내정” 발언 의미 놓고 中과 외신 신경전

중국이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무장 반란에 대한 서방 언론을 의식하며 이번 사건이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이 바그너 사건을 러시아 ‘내정(internal affairs)’라고 보고 이를 ‘경시(downplays)’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장관과 회담한 사실을 거론하며 “중국 외교부는 당초 양국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만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말했지만 이후 러시아의 국가 안정 유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의 지도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러시아 외무부 발표를 언급하고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 명시 없이 러시아 국가 안정 유지를 지지한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가디언의 이 같은 보도는 중국이 ‘우방국’인 러시아 리더십을 둘러싸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 관여하기 꺼린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같은 날 온라인에 게재한 칼럼 ‘겅즈거(할 말은 하는 형)’를 통해 “러시아의 바그너 사건이 일단락되자마자 서방 언론이 중국의 잘못을 찾아낸다”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이번 칼럼을 통해 “러시아 용병단과 러시아 고위층 간 갈등은 신속하게 진압됐고, 나중에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러시아 내정’이라고 답했다”며 “러시아는 중국의 우호적인 이웃이자 신시대의 전면적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국가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과 번영을 이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나라 내정에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일부 서방 언론에선 내정 발언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며 가디언의 기사가 ‘기괴’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가디언의 헤드라인은 가디언이 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그간 중국이 미국 중간선거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논평이나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글로벌타임스도 “일부 서방 언론들은 이번 무장 반란이 푸틴 리더십에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단호한 행동’을 공언한 이후 단시간 내에 이번 반란이 진압됐다”며 이번 반란이 푸틴을 겨냥했다고 한다는 건 ‘희망사항’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번 반란에 대한 서방의 시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정국의 혼란이 심화되거나 장기 집권 중인 푸틴의 힘이 약화된다면, 중국뿐 아니라 미중 경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조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 신장 위구르 등 서구권과 대립하고 있는 핵심 이슈에 있어서 미국 등 주요국이 ‘내정’엔 개입해선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도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