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주 방송국서 날씨 보도 담당 크리스 글로닝어
이메일·SNS로 “익사나 해라”… 살해 협박까지 악플 잇따라
주요 국가 기상청, “기후변화” 발언 인물 악플↑ 보고돼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기상학자 겸 기상캐스터가 날씨와 기후 위기를 연관지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까지 받자 사임하게 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2년 미국 아이오와주 KCCI 방송국에서 수석 기상학자이자 날씨 보도를 맡아온 크리스 글로닝어가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사임 날짜는 전해지지 않았다.
글로닝어의 퇴사는 그가 방송에서 이상 기온을 보이는 날씨와 기후 위기의 연관성을 설명한 것에 동의하지 않은 한 시청자로부터 비난조의 이메일을 받은 지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빙하 녹는 물에 익사나 해라”…악플에 살해 위협 잇따라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후 변화 관련 보도로 인해 지속적인 살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닝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메일 캡처본에 따르면 한 시청자는 글로닝어에게 ‘자유주의 음모 이론가’라고 부르며 ‘동쪽으로 가서 빙하가 녹는 물에 익사나 해라’라는 말이 적혀있다.
지난여름에는 한 시청자가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살해 협박까지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글로닝어는 트위터를 통해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쳤고 때때로 일하는 게 괜찮지 않았다”라며 “협박만으로도 충분히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괴롭히는 이메일 등이 지속적으로 도착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KCCI는 “글로닝어가 가족과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기 위해 우리 TV를 떠난다. 그는 추후 기후 컨설팅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글로닝어는 5개 주에 걸쳐 7개의 뉴스 방송국에서 날씨 관련 보도를 했다.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해 전 세계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기후 줄무늬의 날’인 지난 21일 방송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당시 지구 온난화에 대해 시각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상징적인 패턴이 있는 넥타이를 착용하고 방송에 출연했다.
◆전 세계 기후 관련인들에게 ‘악플 공격’ 증가 추세
글로닝어의 사임을 불러일으킨 ‘악플’은 처음이 아니다. CNN은 수백 명의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인간이 기후 위기를 초래했으며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명백한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문제가 고도로 정치화된 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페인 등 각국 기상청에서는 기상 이변을 기후 변화와 연결 짓는 발언을 한 기상학자나 기상캐스터 등에 대한 괴롭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자국 기상학자들이 프랑스의 가뭄과 더위를 과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라며 “프랑스 기상청이 점점 더 많은 반복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탬파베이주 기상학자 제프 베라델리는 “기후 변화를 강력하게 부정하는 사람들은 미국 인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매우 시끄러워서 (자신들의 규모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낸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의견을 밝혔다.
베라델리는 기후 문제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인정했다. 대신 그는 기후 문제에 관해 열려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 문제는 최근 수십 년간 정치적으로 변화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과학이다.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반박하되 개방적인 사람들에게만 반박하라. 정치화하려는 사람들은 무시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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