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프리고진 벨라루스 도착”…푸틴 “협박은 실패할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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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프리고진. 라스토프=AP/뉴시스
예브게니 프리고진. 라스토프=AP/뉴시스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철군 결정 사흘 뒤인 27일(현지 시간)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크렘린궁과 철수를 조건으로 거래한 대로 벨라루스에 입국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무장 해제 작업에 착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뒷수습에 나섰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에 지급한 2조5000억 원 사용처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보복’ 여지를 남겼다.

● 루카셴코 “프리고진 벨라루스 도착”
이날 벨라루스 국영 방송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 간의 중재를 이끌어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은 오늘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프리고진의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이 민스크 주변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은 이날 오전 5시 32분경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에서 이륙한 뒤 오전 7시 20분경 민스크 주변으로 하강했다. 해당 항공기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목록에 등록된 프리고진의 전용기와 식별 부호가 일치한다.

프리고진의 전용기 항적이 기록된 플라이트레이더24.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프리고진의 전용기 항적이 기록된 플라이트레이더24.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로스토프주는 프리고진이 24일 일시 점령했던 지역이다. 프리고진은 25일 새벽 차량을 타고 로스토프주 내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본부를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26일 반란 중단 결정 이후 처음 공개한 11분짜리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 그것이 (반란의) 방아쇠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지 정부 전복을 위한 행진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한때 그가 러시아 당국에 구금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26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프리고진을 조사하고 있으며 크렘린궁은 형사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 날 FSB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취하했음을 분명히 했다. FSB는 성명을 통해 “(반란) 참가자들이 범죄 실행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멈췄고, 이를 비롯한 수사 상황을 고려해 23일 조사를 개시한 형사 사건을 27일 종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텔레그램에 “바그너그룹의 군용 중장비는 러시아 정규군에 이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 푸틴 “군인, 사법 당국이 내전 막아내”

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 종료 뒤 처음으로 26일 밤 TV 연설에 나서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성난 표정이었다. 바그너그룹 반란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신속히 진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그룹 병사들은)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며 처벌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리고진이라는 이름은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단 반란죄를 묻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반란 수괴’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보복을 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및 러시아 보안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또 크렘린궁 대성당 광장에서 야외 연설을 하며 “군인과 사법 당국이 내전을 막아냈다”고 치켜세우고 이번 반란 중 항공기 격추로 사망한 장병들을 위해 1분간 묵념을 요청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 등을 비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들을 재신임하며 빠르게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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