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7일(현지 시간) 최근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과 관련을 맺은 각국 기업, 바그너 임원인 러시아 국적자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이바노프를 제재했다. 특히 이 기업 중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업체 ‘마이다스’와 ‘디암빌’이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두 기업은 아프리카에서 현지인을 착취해 얻은 다이아몬드가 서구에서 비싸게 팔리는 현상을 뜻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의 주요 업체로도 꼽힌다.
마이다스와 디암빌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금과 다이아몬드 채굴과 유통을 장악하고 있으며 바그너그룹의 주요 자금줄로 꼽힌다. 미 재무부는 또 디암빌 등과의 거래를 통해 바그너그룹 및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지원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기업 ‘인더스트리얼 리소스’ 또한 제재했다. 이바노프는 말리에서 무기 및 광물 채굴권을 거래하며 프리고진과 협력했다.
이번 제재는 일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넘어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수단, 리비아 등 내전이 잦고 치안이 불안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현지 독재자들에게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며 사실상 이들 나라의 군경을 대신해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또 반(反)서방 쿠데타를 배후 조종하거나 친서방 인사를 축출하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규군이 차마 하지 못하는 민간인 살상 등을 저지르며 현지 독재 정권을 도왔다. 그 대가로 얻은 현지의 광물, 삼림 등 각종 천연자원 채굴권이 바그너그룹의 돈줄을 넘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도 일부 흘러갔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현재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에만 바그너그룹 병력이 각각 1만 명, 3000명씩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나 바그너그룹의 활동 축소와 무관하게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26일 국영매체 RT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들 나라에 직접적으로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댓글 0